급조정당 후폭풍 … 순위 조작설도 나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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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충일 대표는 긴급 회의를 소집해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준 중대한 실수였다"고 말했다. 경선을 책임졌던 국민경선위 이목희 집행위원장은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한없이 죄송하다. 책임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인영 기획위원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인단 득표 결과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경선위 실무자가 200% 기준 대신 400% 기준을 적용해 문제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태는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인터넷에선 '순위 조작설'이 나돈다. 당내에선 "유령 선거인단 논란, 유사 당명 사용금지 소동에 이어 예비경선조차 제대로 못 치르는 당에 무슨 재집권의 희망이 있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당내 분열은 더욱 깊어졌다. 손학규 후보 측은 "탈락한 후보들이 '진짜 탈락한 게 맞느냐'고 이의를 제기한다. 재개표를 통해 모든 데이터를 국민 앞에 공개하자"고 주장했다. 경선위 측은 "재집계해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4명의 탈락 후보들은 석연치 않은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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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와 경선위 간 소통 단절 문제도 표면화됐다. 정대화 대표 비서실장은 "어젯밤 경선위에서 오충일 대표에게 순위와 득표율 발표, 순위 수정 등에 대한 보고조차 없었다"면서 "이 정도면 관리 능력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위 관계자의 문책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지난달 말 최고위원 회의서 컷오프 통과 범위가 발표되자 경선위 이목희 위원장은 "결정권 없는 최고위가 발표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었다.

당 분위기가 아노미 상태로까지 번질 것을 우려한 지도부는 6일 밤 늦게까지 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수습책을 논의했다. 김호진.김덕규.이목희 등 경선위 지도부는 이날 밤 전원 사퇴했다. 상황이 이쯤 되니 본경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당 관계자는 "예비경선에 비해 몇 십 배나 규모가 큰 본경선을 관리할 능력이 우리에게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첫 투표일(15일)이 열흘도 남지 않았는데 경선 룰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여론조사의 도입 여부를 놓고는 손학규.정동영.이해찬 후보가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경선위 이인영 위원장은 "본경선 룰을 협의해야 하는데 (예비경선 후유증으로) 이러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예비경선에서 1, 2위를 차지한 손학규(左).정동영 후보가 6일 캠프 사무실에서 각각 정책발표회와 TV 토론을 준비하며 웃옷을 벗고 있다.[사진=조용철 기자]


전문가들은 우려감을 표시했다. 강원택(정치학) 숭실대 교수는 "국민은 엉성한 신당의 모습을 보면서 '급조된 정당'이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며 "신뢰할 만한 정당인지, 집권 능력이 있는 정당인지 근본적인 회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재 정치 컨설턴트(미국 변호사)는 "당에 아무런 리더십이 없고 후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그는 "신당이 지금처럼 국민에게 구태.혼돈.무능력.분열의 부정적 이미지를 계속 각인시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무능 정권에 무능 정당임이 여실히 입증됐다"며 "실체가 분명치 않은 '짝퉁 경선'을 바로잡지 않고 강행한다면 '국민 사기극'이란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정욱.채병건 기자 <jwki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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