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블루하우스 칩' 함부로 손댔다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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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효자동 주식'이 들썩이고 있다. 청와대 입성을 꿈꾸는 대선 후보가 '울고 웃을 때' 관련 주식들도 덩달아 오르내린다. 한나라당 후보 경선 전까지는 이명박 후보, 박근혜 후보와 연관된 주식이 꿈틀대더니, 이제는 경선 체제에 본격 돌입한 여당 후보 관련 주식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그러나 대선 후보 수혜주라고 언급되는 종목 대부분은 근거가 빈약하다. 실적도 보잘것없다. 전문가들은 "추격매수 했다간 '머니 게임'의 제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런데도 개인들은 '짝퉁 효자동 주식'에 열을 올린다.

①공약(公約)이 공약(空約)될라=후보들의 대선 공약과 관련된 수혜주다. 이 후보의 대운하, 정동영 후보의 대륙철도 관련주가 조명을 받고 있다.

특수건설.이화공영.홈센타 등 대운하 관련주는 연초보다 최소 세 배 이상 올랐다. 수중 공사업 면허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삼호개발은 10배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실제 수혜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삼호개발 측은 "중소형 건설사로 특화 사업을 밝히다 보니 '수중 공사업'을 회사 목적에 표기했지만 상장 건설사 대부분이 수중 공사 면허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수건설도 수중 터널 공사를 하기는 하지만 광케이블 통과 터널 등 소규모 사업을 진행할 뿐 대규모 토목 공사와는 무관하다.

최근엔 정 후보의 공약인 대륙철도 관련주가 움직인다. 관련주로 분류된 미주레일.폴켐은 6일까지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역시 수혜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미주레일의 경우 탄광에 주로 쓰이는 경량 레일을 판매, 일반 철도 레일과는 관련이 없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이 형편없는 실적을 기록했다. 미주레일과 폴켐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주가가 얼마나 비싼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이 홈센타의 경우 70배가 넘는다.

②측근이면 수혜주?=후보의 측근과 관련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한다. 한 달도 안 돼 네 배 이상 오른 신천개발이 대표적이다. 대주주인 구천서 전 의원이 이 후보의 측근이라서다. 올 상반기엔 영업이익이 5억원 수준이었는데도 시가총액은 800억원에 육박한다.

IC코퍼레이션.세지.한세실업은 손학규 후보의 지지 세력인 선진평화연대의 대표들이 회장으로 있는 기업이다. 영업이익이 적자인데도 IC코퍼레이션과 세지의 시가총액은 각각 1105억원, 715억원에 달한다.

③지레짐작형 '뜬다' 주식도=특정 후보가 되면 이런 주식이 뜰 것이란 착각에 따라 춤추는 주식도 있다. 여권 후보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남북경협주가 들썩이는 이유다. 여권 후보가 당선되면 대북 유화 정책이 나오고 그에 따라 경협주가 수혜를 입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대북 송전주인 이화전기.광명전기 등, 개성공단 입주사인 로만손.좋은사람들 등을 이런 종목으로 꼽았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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