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이찬근 사장 "한국판 골드먼삭스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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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골드먼삭스를 만들겠습니다."

이찬근(사진) 하나IB증권(옛 하나증권) 신임 사장은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 사장은 투자은행(IB) 전문가다. 대학 졸업 후 모건스탠리와 푸르덴셜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에서 IB업무로 잔뼈가 굵었다. 1991년부터는 UBS증권과 골드먼삭스증권의 한국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하나금융그룹이 IB전문 증권사를 키우기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외국계은행의 한국 대표를 연이어 역임한 그가 국내 중소형 증권사 사장으로 취임한 것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하나IB증권의 사장 자리가 연봉이나 인지도 면에서 기존에 그가 받던 대우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나IB증권은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옛 대한투자증권)의 IB부문이 기존 하나증권과 통합해 만들어졌다.

이 사장은 "하나IB증권은 국내 유일의 IB전문 증권사"라며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IB시장을 주무대로 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IB가 글로벌 증권사와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는 해법으로 틈새시장을 노린 '전문화'와 '특화'를 꼽았다.

이 사장은 "골드먼삭스와 같은 선진국의 IB들은 큰 시장, 대기업에 치중하기 때문에 아시아 개발도상국과 같은 신규 시장에는 진출하기를 꺼린다"며 "국내에서도 대기업 아래로 내려가면 IB서비스 불모지대에 놓여 있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그가 노리는 시장이 바로 이런 곳이다. 국내에서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형 기업에, 외국에서는 아시아 개도국 기업을 주 대상으로 글로벌 수준의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직접투자(PI),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사장은 국내 IB산업을 키우려면 무엇보다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글로벌 증권사에서 배운 경험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겠다"며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걸맞은 보상을 주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조직 문화로 바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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