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앤문 부회장 국세청 '출근 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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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썬앤문 그룹이 세금 71억원을 23억원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조사를 담당한 서울지방국세청 공무원을 상대로 밀착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로비 전면에 김성래(金成來.구속) 전 부회장이 나섰고 박종이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경감의 형인 박종일 세무사가 가세했다는 것이다.

손영래(孫永來) 전 국세청장의 변호인은 26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세무조사가 진행된 2002년 3월부터 6월까지 金씨가 거의 매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과에 들러 직원들에게 점심을 사주고 아이스크림.떡 등 간식을 돌리는가 하면, 직원들 생일까지 챙겼다"고 주장했다.

金씨가 문병욱(文炳旭.구속) 썬앤문 회장에게서 "세금을 30억원 이상으로 낮출 경우 5억원을 주겠다"는 언질을 받고 공격적인 로비를 벌였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金씨는 "세금을 25억원 이하로 낮춰주면 1억원씩 주겠다"며 국세청 공무원 두 명에게 접근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金씨는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국세청 공무원들과 '누나.동생'하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결국 썬앤문의 세금은 당초 예상보다 적은 23억원으로 줄었다. 金씨는 6억원의 사례금을 받아 5천만원을 朴세무사를 통해 조사를 담당한 洪모 과장에게 전달했고 골프도 함께 쳤다는 후문이다. 洪과장은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회식비 명목으로 1천만원을 받은 직원도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앞서 손영래 전 청장은 인사청탁을 받고 썬앤문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기 두달 전 조사3과장을 교체했다. 孫씨는 이날 재판에서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종이 전 경감에게서 인사청탁을 받고 수도권의 세무서장으로 있던 洪씨를 2002년 1월 조사3과장에 앉혔다"고 말했다.

朴전경감이 "나도 잘 아는 사람이고 朴전실장도 잘 아는 사람이니 좋은 자리로 보내달라"고 부탁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洪씨는 朴전경감 동서의 친지로, 미국에 살고 있는 형을 통해 朴전실장과도 알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孫씨는 "세금을 줄이도록 지시한 적이 없으며, 실무자인 洪과장이 주도한 일"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썬앤문의 세금을 깎아주도록 洪과장 등에게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지난달 말 구속 기소됐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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