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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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의 바탕 정중앙에 자리잡은 태극무늬, 그리고 이를 둘러싼 팔괘. 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의 모습이다. 근세 우리민족의 수난사와 함께 했던, 가깝게는 2002년 여름 전국을 붉게 물들였던 대한의 얼굴 '태극기'가 국기로 정해진 날 바로 오늘(1월 27일)이다.

최초의 태극기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기록에 따르면 1875년 일본군함 운양호가 강화도에 침입 우리측의 공격을 받자, 일본측은 왜 일본국기를 달았는데도 공격했느냐고 트집을 잡았다고 한다. 당시 우리 조정의 인사들은 국기의 의미나 내용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던 관계로 어리둥절하기만 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조정에서 국기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리고 1882년 9월 20일. 임오군란의 뒷수습을 위한 수신사로 파견된 박영효가 태극과 팔괘의 도안을 사용하여 태극기를 제작하라는 고종의 지시를 받아 일본행 배 안에서 제작, 일본숙소의 옥상에다가 이를 게양했다고 한다. 이렇게 신고식을 마친 태극기는 이듬해인 1983년(고종 20년) 이날 태극기가 국기로 제정됐음이 공식 반포됐다.

아쉬운 것은 태극기 제작과정이나 처음 만들어진 이후의 상세한 변천과정이 전해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나라의 권위와 존엄을 상징하는 국기의 역사가 이처럼 허술하게 관리되어 오고 있다는 사실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나마 지난 1997년 8월 서울시 공무원 송명호씨가 박영효 일행의 태극기 게양을 보도한 1882년 10월 2일자 일본 '지지신보 (時事新報.1936년 폐간)'의 기사와 그림을 찾아냄으로써 역사를 되살릴 수 있었다.

이 신문에 게재된 태극기의 모습을 보면 옥색 바탕에 적·청색의 태극및 4괘의 모습이 왼쪽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손·간·진·이 (巽·艮·震·離)로 배열돼 있어 현재 사용중인 태극기의 건·곤·감·이(乾·坤·坎·離)의 배열과 다르며 중앙의 태극무늬도 상하가 아닌 좌우로 갈라져 있다.

우주와 자연의 궁극적인 생성원리를 나타내는 오묘한 상징성과 파란만장한 우리 민족의 사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태극기의 사상과 참뜻을 다시한번 이해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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