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노인성질환 건강 적신호/치매증·관절염등 앓고 의식잃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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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후 혼란대비 유사인물 연기교육
어제로 82회 생일을 맞은 북한 김일성주석이 정치활동은 계속하고 있지만 각종 노인성 질환에 시달리며 최근엔 가끔 혼수상태에 빠지는 등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주석은 「낙관적인 인생관」 때문에 건강이 유지된다고 외방객에게 자량해왔지만 최근 북한을 방문해 김 주석을 면담한 인사나 중국 의학계 등 소식통에 따르면 김 주석은 최근 ▲노인성 치매증 악화 ▲뒷머리 혹의 비대 ▲요추 신경장애 ▲심장박동 보조기구에 따른 가슴답답증과 정신혼미 등 각종 노인성 질환을 앓아 건강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올해 신년사를 발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31일 평양 금수산 의사당 주석단에 등장할 때 모습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걸음이 몹시 불편함을 확인시켜 주었다.
관절염이 엉덩이 윗부위에 통증을 주어 계단을 오를 때면 호위요원 서너명의 부축을 받아야 한다.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가장 큰 증거는 치매증으로 인한 언어장애. 올해 신년사를 낭독하면서 아래 입술이 처져 틀리거나 발음이 분명치 않은 부분이 70여회나 됐다. 이는 93년의 30여회에 비해 두배가 넘는 것이다.
또 치매증으로 오른손을 자주 떨고,음식을 씹는데 곤란을 느끼며 입주위를 닦기 위해 수건을 자주 사용한다.
큰 활자로 인쇄된 보고문건도 돋보기안경을 써야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약화되었고 오른쪽 귀의 청력이 떨어져 대화중 『뭣이?』하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아 외방객을 맞을 때면 일본 소니제 확성기를 자리마다 배치해둔다.
「지방성 종양」인 뒷머리 혹도 최근 후두신경을 압박하는 수준으로 악화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혹은 생명엔 지장이 없으나 뇌신경에 근접해 수술을 할 수 없어 92년 10월 중국 공산당이 추천한 의료진 10여명이 침술치료를 했으나 최근 후두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심해지고 있다. 김 주석은 또 요추 신경장애 때문에 최근들어선 좌담·연설시간을 각각 1시간,30분이내로 단축하고 요추에 무리가 갈 수 있는 비행기나 비포장 승용차 여행을 삼가고 있다.
그리고 평소 장시간 서있거나 보행하는 것도 피하며 별장 휴양 때는 휠체어를 타고 산책한다.
서있을 때 앞뒤로 흔들리는 폭이 지난해에 비해 더 커진 것은 여러사람에 의해 증언되고 있다.
한편 김 주석은 심장혈관이 막히는 증세 때문에 72년말 구 동독 전문의를 초청해 심장혈관 확장수술을 하고 심장박동 보조기구를 삽입했으며 87년엔 프랑스 외과전문의로부터 이 보조기구의 삽입수술을 다시 받았다. 91년말부터는 조총련 의료진이 정기적으로 방북해 검진을 하고 있으나 92년 2월에 몇분간 의식을 잃는 소동이 벌어져 그해 9월 중순부터 한달간 청진 별장에서 비밀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한편 그의 건강이 날로 악화되자 북한 당국은 사후의 혼란에 대비해 「다큐멘터리 영화 출연배우 모집」을 통해 김과 용모·체격이 유사한 자들을 선발,보안·연기교육(억양·걸음걸이 등)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유영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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