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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준.박찬욱감독 이색소재 영화 눈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젊은이들의 하위문화(Sub-Culture)를 다룬 영화 두 편이 만들어진다.
여태껏 한번도 제대로 드러나거나 소개되지 않은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을 예정이어서 두 편에 쏠리는 관심이 높다.김홍준씨(38)의『장미빛 인생』과 박찬욱씨(32)의『야간비행』이 바로 화제의 작품으로 각각 4월말과 5월말 촬영에 돌입, 여름과 가을에 선뵐 예정이다.
『장미빛 인생』은 가두시위와 화염병으로 상징되는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심야 만화가게에 모인 깡패.노동 운동가.무협지 작가,그리고 여주인의 뒷골목 삶을 그리게 된다.이 영화는 민주화.민중운동으로 치열했던 80년대 시대상을 그리면서 시위현장과 공장.농촌.캠퍼스가 아닌 허름한 뒷골목의 만화가게를 택한 것이우선 이채롭다.
『야간비행』은 록음악을 하는 동시대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을그리겠다는 평범한 의도로 출발했지만 히트곡이나 유명가수에 얽힌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던 이전의 형태에서 탈피,새로 록그룹을 만들고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는등 본격 음악영화의 형식을 띨 예정이어서 주목을 끈다.
시대적 인물상들을 상정하고 있긴 하지만 첨예한 혼란의 뒤안에서 하루하루 후줄그레한 삶을 사는 젊은이들을 그리게 될『장미빛인생』은 내용이 심각하다기 보다 일종의 코믹 페이소스 성격을 띨 것같다.
두 영화는 또 감독이 갖는 몇가지 공통점과 차이점으로 눈길을모으고 있다.연출을 맡은 두 사람은 전공이 영화는 아니지만 대학시절 영화에 심취해 한때「영화광」시절을 보냈으며 학내 영화서클에서 정력적으로 활동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金씨는 서울대 인류학과 출신으로「얄라셩」에서 활동했으며,朴씨는 서강대 철학과 출신으로「서강영화공동체」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영화그룹 활동으로 보면 金씨는 朴씨보다 半세대쯤 앞선선배다.이들은 프로이면서 아마추어에 머물렀던 앞선 영화세대들과는 대조적으로 영화에 대한 거의 광적(?)인 애정과 섭렵으로 아마추어이면서 프로를 능가했던 경력의 소유자들이 다.
그러나 金씨가『서편제』의 조감독 경험을 비롯,4년간 임권택감독 밑에서 연출수업을 받은데 비해 朴씨는 따로 「충무로 연출 수업」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영화의 접근방식은 내용만큼이나 다른 모습을 띨 것으로 보인다.金씨는 이번이 데뷔작이고 朴씨는『달은… 해가 꾸는 꿈』에 이어 두번째 작품이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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