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극적 태도 의혹만 증폭/「80억 추적」 안하나 못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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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동화사 핵심들도 엇갈린 주장/돈행방 안밝히곤 파문 못막아
대구 동화사 대불건립공사 시주금의 정치자금 유입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 단계에서 의혹을 푸는 확실한 「열쇠」는 조 회장이 건네준 시주금과 횡령한 돈 전체에 대해 자금추적을 벌이는 일이다.
만약 조 회장이 순수한 불심에서 80억원이나 되는 돈을 시주했고 이 돈이 검찰이나 동화사측 주장대로 대불건립 공사비로 전액 쓰였다면 돈의 행방을 찾는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순수한 시주금이라면 다른 「검은 돈」처럼 「돈세탁」을 할 필요가 없고 그만큼 추적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무슨 이유인지 조 회장이 횡령한 돈의 자금추적에 계속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수사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자금추적을 안하는 이유로 ▲종교단체 내부의 일인데다 ▲시주금이 어떻게 쓰였느냐 하는 것은 조 회장의 공소사실과 무관하며 ▲공사비의 조달과 지출내용에 대해선 이미 규명한 바 있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92년의 현대중공업 비자금 횡령사건이나 지난해 동화은행 사건 당시 각각 5백억원,23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에 대해 자금추적을 벌인 바 있어 이같은 주장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검찰이 밝힌 공사비 지출내용에도 여전히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우선 대불공사가 진행중이던 91년 7월부터 92년 8월까지 동화사 주지를 지낸 무공스님은 『주지로 재직하는 동안 조회장의 돈을 받은 적이 없으며 본인의 결재하에 35억원정도가 집행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대불건립공사 총감독 현철스님의 주장과 상반된다.
현철스님은 검찰조사에서 『조씨로부터 시주금을 받아 모두 공사비로 썼으며 이를 주지인 무공스님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었다.
또 동화사측에서 증거로 낸 공사비 지출 영수증에는 당연히 공사내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할 주지의 결재도장도 찍혀 있지 않는 등 지출내용의 신빙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공사비의 정확한 규모를 놓고 논란이 일자 대불의 설계를 맡은 경북 경주시 소재 우리 설계사무소 관계자를 대구현지로 보내 총공사비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으나 공사에 직접 참여한 이해당사자라는 점에서 객관성에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법조계인사들은 검찰 주장대로 공소사실과 관련된 부분만 자금추적을 해야 한다면 단순 탈세혐의로 기소된 슬롯머신업자 정덕진씨 등에 대한 계좌추적은 하지 못했을 것이고 자금추적 결과 수뢰사실이 드러난 엄삼탁 전 병무청장,천기호 전 치안감의 비리도 밝혀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정철근기자>
◎청우 조기현회장/「상무대」 공사전엔 무명 건설사주… 특혜수주·거액시주로 잇단 구설
청우종합건설 조기현회장은 총공사비 5천8백억원의 상무대 이전사업중 도로포장사업 등 1천6백억원의 공사를 특혜로 따내기 이전까지 사실상 건설업계에선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91년까지만 해도 건설업체 도급순위 1백위권 정도인 청우종합건설을 경영하며 민자당 중앙당후원회 운영위원을 맡아 일해 왔으나 세인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상무대 이전계약 입찰공고를 내며 「라크공법 특허권을 가진 업체와 공동도급 형식으로 공사를 해야한다」고 덧붙여 국내유일의 라크공법 특허권자인 청우종합건설은 입찰전 이미 공동도급업체로 지정된 상태였다. 라크(LAC) 공법은 도로포장에 관한 새로운 공법으로 기존 콘크리트공법보다 20∼30%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대건설측과 59대 41(청우측이 41%)의 비율로 공동도급한 1천6백억원 공사중 라크공법이 이용되는 도로포장공사는 20%에 불과하고 이미 콘크리트공법으로 설계가 완성된 상태에서 설계가 변경된 뒤 사실상 수의계약이 이루어져 특혜시비가 뒤따랐다.
조씨가 불교신도 회장이 된 뒤 서의현 총무원장을 분신처럼 따르자 서 원장이 조씨를 노태우대통령에게 신도회장 자격으로 소개했고 이런저런 배경으로 조씨가 공사를 따게 됐다는 소문도 꼬리를 물었다. 조씨는 그러나 자신은 충청도 예산의 「대대로 내려오는 불가집안」에서 태어나 불교에 남다른 믿음과 열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최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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