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명인] 권성호 외환은행 PB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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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외환은행 서울 도곡역지점의 권성호(權珹鎬.39.사진) PB팀장은 고객들에게 '교수님'으로 통한다. 업무 스타일 때문이다.

'어디에 돈을 묻어두면 되느냐'는 손님들의 질문에 으레 선진국 경제 이야기부터 꺼내기 시작한다. 이어 국내외 금리.환율.주가.물가 같은 경제지표를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정치자금 수사나 노사 불안, 이라크 전쟁 같은 경제 외적인 변수들도 꼼꼼히 따지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주식.채권.예금.부동산 등등 자산의 유형별로 장단점을 따진다. '그러니 어디에 투자하라'고 해답을 바로 주지도 않는다. 자신의 장황한 설명을 고객에게 충분히 납득시킨 뒤 여러 재테크 수단 가운데 스스로 택하도록 한다. 이렇게 자상한 '강의'를 하다보면 오후 9시를 넘기기 일쑤다.

權팀장의 이런 '경제강의'는 교육 수준이 높고, 취향이 까다로운 부자 고객들에게 먹혀들었다. 대개 부자들은 자기 돈을 불려줄 재테크 설계사에게조차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길 꺼린다. 이런 고객들로 하여금 양파껍질 벗기듯 자신의 은밀한 재산목록을 하나둘씩 이실직고(?)하게 만드는 위력은 다름 아닌 '교수님'별명이 쌓은 신뢰감이다.

신흥부자들이 많아 PB 분야의 전국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타워 팰리스 고급아파트 단지에 權팀장이 실전배치된 것도 부자 마케팅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높이 산 결과다. 역시 부자동네인 서울 한남동 지점을 거쳐 지난해 3월 도곡동 타워 팰리스 점포가 문을 열면서 자리를 옮긴 그는 아홉달 만에 3백억원 넘는 수신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부자 고객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비판의 관점이 날카롭고 새 지식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지요. 돈의 흐름이나 부동산에 대한 감각이 저보다 한수 위라고 느껴지는 사람도 적지않아요. 큰돈 그저 묵혀두는 사람도 거의 없어요. 부단히 연구해 포트폴리오를 바꿔가며 유동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취하려 노력하지요."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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