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英관계 잇단 감정싸움 惡化一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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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독일과 영국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독일의 통일을 계기로 서먹해지기 시작한 양국 관계가 최근의 잇따른 감정싸움으로 눈에 띄게 소원해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최근의「감정 건드리기」는 6일 영국축구협회가 20일 베를린에서 열기로 합의한 양국 국가대표간의 친선축구경기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을 들수 있다.
영국축구협회는『4월20일이 나치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생일이기 때문에 양국국가대항전을 취소한다』고 이유를 댔다.『1936년 올림픽이 개최됐던 베를린 올림픽경기장에서 양국 국가대항전을 치를 경우 독일의 네오 나치들과 영국의 난폭 한 관중(훌리건)들 사이에 대규모 충돌이 예상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영국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독일의 축구관계자들과 베를린 시민.일반국민들은『일방적 처사』라고 분개하고 있다.
도대체 히틀러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요즘 얼마나 된다고 이미 약속된 국가대항전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느냐는 것이다.또 50년전에 죽은 히틀러의 생일이 지금 축구경기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것이 독일인들의 항변이다.
독일축구협회의 한 간부는『그렇다면 4월20일 개막되는 하노버국제박람회도 같은 이유에서 취소해야 하느냐』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이들은 나아가 신성한 스포츠가 폭력과 정치적 동기에 오염됐다고 개탄하고 있다.
독일축구협회측이 이처럼 화를 내는 이유의 하나로는 우선 독일대표팀의 월드컵 훈련과정에 차질이 생기는데다 이미 예매한 5만장의 입장권에 대해 1백50만마르크(약7억5천만원)이상을 환불해야 한다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독일인들이 화를 내는 진짜 이유는 독일통일 이후 영국인들이 독일의 네오 나치와 관련,사사건건 히틀러를 들먹이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이번 축구경기와 관련,영국의 대중지들은 1면에 나치심벌을 게재하고「네오나치들이 기다리고 있는 경기」「히틀러경기는 너무 위험」등의 제목을 뽑는등 독일인들의 아픈 곳을 마구 건드렸다.
이같은 언론의 분위기가 영국축구협회의 경기취소 결정에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독일과 영국 사이의 이같은 감정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달초 독일 보건부는 이른바 狂牛病을 이유로 영국으로부터의 쇠고기 수입규제을 한층 강화,영국측으로부터「히스테리」라는 비난을 들었다.
즉 광우병이 2년간 발생하지 않은 지역의 쇠고기는 수출할 수있다는 유럽연합(EU)의 규정이 있음에도 EU국가중 유일하게 독일정부가 이를 4년으로 연장한데다 영국으로부터의 유제품과 쇠고기를 사용한 화장품.의약품등의 수입을 금지해 영국인의 속이 상하게 했었다.
[베를린=劉載植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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