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덴코에 져 8강 못 갔지만 '31세 라켓 투혼' 이형택에 박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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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03년 6월 독일 할레.

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 투어 게리 웨버 오픈에서 이형택(31.삼성증권)은 단식 1회전에서 탈락한 뒤 예정에 없던 복식에 나갔다.

다음 대회인 윔블던을 뛰기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려는 의도였다. 파트너 구하기가 고민이었는데 일이 쉽게 풀렸다. 다른 대회에서 종종 연습경기를 했던 니콜라이 다비덴코(러시아)가 같이 뛰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급조된 한-러 복식조는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춘 체코의 지리 노박-라덱 스테파넥에게 1회전에서 0-2로 완패했다. 이형택의 실수가 많았으나 다비덴코는 결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포커 페이스 그 자체였다. 당시 이형택의 코치였던 최희준씨는 다비덴코를 "아이스맨"에 비유했다.

냉정함을 잃지 않는 다비덴코의 스타일은 여전했다. 이형택은 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4회전(16강전)에서 세계 4위 다비덴코의 정교한 플레이에 막혀 0-3(1-6, 3-6, 4-6)으로 완패했다. 승부 조작 스캔들에 휩싸인 다비덴코의 플레이가 위축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그러나 이형택은 얻은 것이 많다. 4회전 진출로 150점의 ATP 랭킹 포인트를 확보해 현재 43위인 세계랭킹이 30위권으로 재진입할 전망이다. 4회전 진출 상금 7만5000달러를 받게 돼 프로 데뷔 후 총상금도 200만 달러를 돌파했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펠리치아노 로페스(스페인)를 3-1로 꺾어 8강에서 앤디 로딕(미국)과 맞붙게 됐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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