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홈 시어터-집안서 영화관 분위기 만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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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영상문화의 위력은 가정에 극장을 갖추게 하는데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할리우드영화의 소품은 물론 배우가 입거나 쓰고 있었던 옷과 구두까지 가정에 침입(?),집안을 온통 영화의 세트장처럼변장시키고 있다.
심지어 일부 부유한 영화광들은 화제영화의 세트장을 그대로 매입해 자신의 집으로 옮겨놓는 극성을 보이고 있다.그러면 자기가좋아하는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물론 그의 일상생활 자체가 영화의 세트장에서 이뤄지므로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기막힌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출연했던 배우를 초청,영화와 똑같이 분장하게 하고 저녁식사를 하게 되면 이제 실제와 영화는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가 된다.
이같은 풍조는 할리우드의 영화재벌은 물론 베벌리 힐스.팜스프링스와 뉴욕의 부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일부 상류층의 이런 경향이 최근 들어중산층 이하의 가정이나 보다 덜 영화에 빠진 사람들에게 영화포스터를 컬렉션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LA의 화랑가는 이미 웬만한 영화포스터는 판화보다도 비싼 값에 거래되고있다. 영화전문가들과 인테리어.건축가들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미국이 유일하게 확실한 세계1위를 지킨 산업은 영화산업이다.미국의 영화산업은 최근 30년동안 불황을 모르고 성장해 왔으며,자연 영화재벌을 낳게 됐다.지금은 그동안 그들이 쌓아온 재력이발휘될 때인데,집을 크게 짓는 것은 물론 집안에 시사실을 갖추고 여기에 영화적인 인테리어를 하게 됐고 이런 인테리어 흐름이부유층에 퍼지게 됐다』는 것이다.생활 속에 파고든 영화의 위력은「홈시어터」전문설계사와 인테리어들에게 돈벌이를 제공하고 있다고 건축인테리어 전문지『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誌는 최근호에서 소개하고 있다.
홈시어터 전문설계사 테오 칼로미라키스씨는『원래 영화감독을 지망했으나 돈벌이를 위해 이 길을 택했고,현재 만족하고 있다』고자랑스럽게 말한다.
한편 이런 흐름은 가정뿐만 아니라 레스토랑과 카페.커피숍 등에도 전염(?)돼『요즘 젊은이들을 사로잡으려면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은 차치하고 앞으로 히트할 영화촬영장에 쫓아다니며 소품과 의상을 연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단적인 예가 외식체인점「플래닛 할리우드」.
이 체인점은 아예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손잡고 벌이는 사업이다.브루스 윌리스.아널드 슈워즈네거.데미 무어.실베스터 스탤론등4명이 공동투자한 플래닛 할리우드는 현재 미국 외식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이 체인점은『바람과 함께 사라 지다』『오즈의마법사』로부터『미녀와 야수』의 포스터.캐릭터가 찍힌 각종 소품들은 물론 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해 놓기도 한다.게다가 영화에출연했던 배우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90년 뉴욕에서 1호점을 낸 플래 닛 할리우드는 현재 미국의 9개 대도시에 지점을 내고 오는 5,9월에 각각 홍콩과 서울에체인점을 낼 계획이다.바야흐로 전화선으로 영화를 받아 집안의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시대다.영상의 충격은 점점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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