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자 어머니 선교협회서 간증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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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에 피랍됐다 풀려난 이주연씨 어머니 조명호(53)씨의 간증 동영상이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포털 사이트 다음 TV팟(tvpot.daum.net)에 올려진 약 14분30초 길이의 동영상에는 한 선교협회에서 간증을 하는 조명호(53)씨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에서 조씨는 “(아프간 피랍 사태와 관련해)뉴스에 많은 보도가 나오지만 그걸 보면서 저와는 아무 상관 없는 것 같이 그냥 흘러갈 뿐”이라고 말하며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 일을 진행시켜 나가시고 어떻게 결과를 내실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크고 속에서 참 신난다 그럴까 재미있다 그럴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나라가 있어야 우리가 살 수 있기 때문에 딸보다 이 나라가 더 중요하다”며 “샘물(교회)에서도 기도 제목이 하나님이 하나님 되심을 나타낼 수 있는 사건의 결말이 되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영상을 올린 네티즌(ID 쏘우)은 영상에 대해 “석방이 결정되기 전 8월 18일자의 영상”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해당 동영상에는 조명호씨가 간증한 한 선교협회 홈페이지에도 게재돼있다.

간증 동영상을 본 네티즌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피랍 사태로 인해 국가의 외교적 이미지가 실추되고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피랍자의 가족은 석방의 모든 공을 종교에만 돌리고 있다는 의견이다.

한 네티즌(ID 샹그리라)은 “허탈하다. 결국 하나님 능력으로 살아돌아온 거네. 대단한 가족들”이라는 내용의 댓글을 남겼고 또 다른 네티즌(ID 삶은감자)도 “정말 전체 상황을 모르고 나라와 사회의 상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경솔한 간증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담각설이’라는 ID를 사용한 네티즌도 “다음에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정부는 상관하지 말고 구해주지도 말아야 한다”며 “그냥 가만두면 다 하나님이 저들을 구해줄 텐데 왜 국력 낭비해가면서 저들을 구해줘야 하는지”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정신 세계에 아연실색할 뿐입니다. 이게 풀려나기 전에 한 간증이니 이제 인질들 도착하면 대한민국이 들썩이겠군요. 예상컨대 ‘역시 주님의 뜻대로 진행된 것이다’. 주님도 탈레반과 돈거래를 통해서 목숨을 살리라고 하셨겠죠. 능력 밖이니”(ID YODA)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참 신난다 그럴까 재미있다 그럴까”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성애가 부족하다며 “자기 딸이 납치 당했어도 걱정도 안하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피랍자 어머니를 보니까 기독교인들은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는 점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ID antichristianity) “정부는 괜히 협상한 거다. 저렇게 평안한 분 자녀는 협상하지 말지 즐기는 것 같은데...(ID Thenahan) ” “저걸 애미라고 해야하나. 속으로 신난다고 재밌다고, 정말 할 말씀 없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저러니 욕먹지 싶다“(ID 산과 들)라는 등의 댓글도 있었다.

해당 동영상은 5만 5100여건의 조회수와 200여개의 댓글, 1000여회의 스크랩을 기록했으며 각종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퍼지면서 더욱 많은 논란을 이끌어내고 있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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