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올해는 조용히 넘어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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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대차가 10년 만에 무파업 임단협 타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3일 오후 2시 재개된 현대차 노사 11차 본교섭에서 노조가 요구했던 총 346개 조항 중 12개 이외의 항목을 제외하곤 모두 합의했다. 이로써 4일 오후 속개되는 본교섭에서 완전 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회사 측은 이날 '신차종 생산, 해외공장 수출.수입 시 노사 간 합의로 결정한다'는 쟁점에 대해 '계획 확정 시 설명회를 실시하고,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가 합의한다'는 단서를 추가해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 추가인상, 정년(현재 58세) 2년 연장, 상여금 인상 등의 쟁점을 놓고 4일 막바지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번 노사 협상 이외에도 9월 첫째 주 중요한 현안이 몰려 있다.

5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룹 계열사인 글로비스.엠코 등에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과징금을 얼마나 부과할지 결정한다. 6일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이 예정돼 있다. 정 회장이 어떤 선고를 받을지 현대차그룹은 물론 재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회사 경영에 큰 영향을 줄 만한 현안이 이번 주에 몰려있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라며 "정 회장의 선고와 관련해 외부에 어떤 언급도 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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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사협상장에서 노사대표들이 임단협 본교섭을 벌이고 있다. [울산=송봉근 기자]

◆무파업 분위기…공정위 결정엔 행정소송 방침=현대차는 노조가 4~5일 잔업만 거부하면서 공식 파업을 벌이지 않은 데 안도하고 있다. 노조도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주장을 뒤로 하고 임금 문제를 주요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회사 측은 "노조가 10년 만에 무파업 타결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만큼 협상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노사 모두 이번에 또 파업한다면 여론의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어 공장이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그룹 안팎에선 전망한다.

현대차는 공정위의 과징금이 부과되면 행정소송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부터 현대차그룹이 계열사인 글로비스와 엠코 등에 '물량 몰아주기'를 해 계열사들을 급성장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해 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행정소송을 통해 그룹이 잘못한 일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형이 선고되면…글로벌 전략 차질 우려=현대차는 정 회장이 항소심에서 어떤 선고를 받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어떤 대책도 세울 수 없어 발만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정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올 10월로 예정돼 있는 기아차 중국 2공장 준공과 현대차 인도 2공장의 가동이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정 회장이 1심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슬로바키아와 체코 공장의 준.착공식이 연기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기찬 가톨릭대(경영학부) 교수는 "그룹 총수가 실형을 선고받으면 현대차그룹의 이미지에 상처를 입게 되고 추진해 왔던 글로벌화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최근 2012년 여수엑스포 유치 명예위원장으로 위촉돼 현대차의 해외 네트워크를 '엑스포 유치 총력 지원 체제'로 전환했다. 실형을 선고받으면 아무래도 유치 활동 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현대차 내부의 전망이다.

울산=이기원 기자, 서울=문병주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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