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팅열전>100% 原液 虛實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1백% 오렌지 주스」라면 보통 물이나 어떤 것도 첨가하지 않고 오렌지를 짠 주스라고 해석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우리가 마시는 오렌지주스 대부분은 외국에서 오렌지 고농축액을 수입,물을 첨가하고 별도의 제조과정을 거쳐 만든 제품들이다.1백%라는 의미는 수입하는 농축액의 농도자체가 실제원액보다 몇배나 진한 상태이므로 순수 원액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물을 섞을 수밖에 없고, 순수원액보다 더 묽지 않을 정도로만 희석한다면 결국 1백%나 다름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포도주스의 경우는 더하다.포도주스는 포도로만 주스를 만들경우 맛과 향에 문제가 있어 흔히 배과즙을 섞게 마련인데 이때메어커들은「과즙1백%」라고 표시한다.포도과즙이 아닌 과즙 1백%라고 했으니 무슨 문제냐는 것이다.
이 경우 광고에 나타난「1백%」를 과연 허위.과장이라고 봐야할까,아니면 사실이라고 봐야할까.
어떻게 들으면 나름대로 이치가 있는 것도 같고,정부도 이같은표현을 인정하고 있지만 어쨌든 오렌지에서 나오지 않은 물을 섞었다는 점에서 허위라고도 볼 수 있다.
비슷한 차원의 논란은 또 있다.
끓인 라면을 보여주는 광고에서 흔히 달걀.파.김치등이 라면위에 얹히지만 실제 라면에는 이들 재료가 없다.맥주나 청량음료의광고에는 병이나 캔의 표면에 물방울이 송송 맺혀있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이 물방울들은 글리세린으로 만든 것이다 .탤런트 崔진실양이 등장하는 아이스바 광고에서도 그녀가 먹는 아이스바는 실제 제품이 아니라 뜨거운 조명 때문에 녹지 말라고 감자를 으깨특별히 만든 모형일 뿐이다.
이와관련,光云大신문방송학과 金광수교수는『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거나 의도적으로 어떤 사실을 빠뜨리는 경우는 허위로 제재받아야 하지만 광고촬영상 어쩔 수 없고,누구나 그 광고 표현이 과장된 것이라고 쉽게 알 수 있을 때에는 제재대상이 아닌,「허풍광고」정도로 간주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광고가 우리생활의 일부분이 된 지금,허위과장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허위과장광고를 판단할 세밀한 기준마련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
〈李孝浚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