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다음은 홍콩이 뜨거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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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홍콩 증시가 인기다. 중국 정부가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주식 직접투자를 확대하면서 홍콩이 최대 수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개인투자자들의 홍콩 증시 투자가 올해 안에 허용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1년~1년 반 이내에 5000억 위안(약 658억 달러)의 자금이 홍콩 증시로 흘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에서도 홍콩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고 있는 이유다.

◆중국 투자의 대안, 홍콩 증시=증시 상승률로 보면 중국을 따라갈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중국 상하이 증시는 연초 이후 94.2%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확산된 7월 26일 이후 세계적인 신용경색에도 '나 홀로 꼿꼿'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본토 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닫혀 있다. 중국 본토 증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A증시는 내국인 전용으로, 허가를 받은 외국인 기관투자가만 그것도 일정 한도 안에서만 투자할 수 있다. 또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B증시는 규모가 너무 작다. 이 때문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 중국 본토 증시는 사실상 그림의 떡인 셈이었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게 바로 홍콩 증시다. 중국 기업이 많이 상장돼 있는 홍콩 증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4.9%로 중국 다음이다. 더구나 7월부터 중국의 증권.보험사도 외국에 투자할 수 있는 '적격 국내기관투자가(QDII)' 자격을 얻었다. 또 중국 국가외환국은 지난달 20일 톈진 빈하이신구를 시범지구로 삼아 개인의 홍콩 증시 직접 투자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홍콩과 상하이에 동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가를 보면 홍콩 주가가 상하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중국 돈이 홍콩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주식 HTS 서비스 경쟁=국내 증권사들의 홍콩 주식투자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올 5월 굿모닝신한증권과 키움증권이 홍콩 주식을 개인투자자가 직접 사고팔 수 있는 홈트레이딩서비스(HTS)를 선보이자, 리딩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지난달 같은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증권은 연말께 홍콩 HTS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우리.한화.현대증권에서는 현재 전화로만 홍콩 주식을 살 수 있다. 온라인 전문 증권사인 키움증권의 경우 5월에 1240계좌에 불과하던 홍콩HTS 거래가 지난달 4720계좌로 급증했다. 지난달 14일부터는 상하이와 선전B시장 주식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키움증권의 강기태 국제영업팀장은 "최근 열흘 전부터 홍콩 주식에 직접투자하는 사람들이 매일 100명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주식 직접투자에는 조심할 점이 많다. 리딩투자증권의 홍경모 중국주식팀장은 "홍콩 주식은 한국에 비해 투자 정보가 부족할 뿐 아니라 국내 주식 투자와 달리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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