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트로의 이웃 돕기 사업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2002년 ‘백운장학재단’을 세워 그동안 16억원의 기금을 모으고 240여 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줬다. 올해는 기금 20억원을 채우는 게 목표다. 또 매달 사회시설 10곳에 370만원을 부치고 있다.
에트로의 사회환원사업은 원래 수입 브랜드의 나쁜 이미지를 씻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수입 명품이라고 하면 ‘사치’ ‘매국’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 명품업체도 지역사회를 위해 돈을 쓸 줄 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부 금액이 쌓이면서 이 대표는 환원 자체에 보람을 느끼게 됐다. 이 대표는 “월급쟁이로 출발해 에트로를 국내 10위권의 명품 브랜드로 키우고 나니 더 욕심이 없다”며 “자식들에게도 재산을 10%만 물려주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일러뒀다”고 말했다. 그는 신라호텔 면세점에서 퇴직한 뒤 에트로 수입권을 따내 사업을 벌였다.
에트로는 올챙이처럼 생긴 화려한 직물 짜임(페이즐리 무늬)을 내세워 인기를 끈 브랜드. 1993년 수입한 뒤 초기 3년간 매출이 매년 두 배로 뛰었다. 가방·스카프가 공식 수입되기 전부터 페이즐리 무늬의 직물이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었던 게 이런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 대표는 “화려한 것 같으면서도 막상 걸치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 잔잔한 무늬가 우리나라 소비자의 취향에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에트로는 페이즐리 무늬의 비중을 줄이고 단순한 스타일을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향후 10년 동안 명품 시장은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5년 안에 매출을 두 배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에트로(Etro)=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짐모 에트로가 1968년 설립한 패션 브랜드. 올챙이처럼 생긴 화려한 직물 짜임(페이즐리 무늬)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원단에서 출발해 80년대 침대보와 쿠션·담요 등 홈 컬렉션으로 세를 넓혔다. 90년대에는 의류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임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