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이충희 대표 “패션쇼 비용 아껴 사회 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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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올해 한국 진출 15주년을 맞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트로는 6일 기념 패션쇼를 열면서 2억원을 이웃 돕기 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패션쇼 주제도 ‘감사와 나눔’이다. 명품 브랜드의 화려한 이미지에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주제다. 이는 에트로 한국 판권을 보유한 듀오의 이충희(52) 대표가 직접 정한 것. 그는 “그동안 사랑해 준 고객들에게 감사하고 그 사랑을 나누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보통 명품업체들은 패션쇼를 할 때 홍보를 위해 거마비를 주고 유명 연예인을 초대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 대표는 “명품 홍보 기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 돈을 아껴 이웃 돕기에 쓰는 것이 좋겠다고 직원들과 뜻을 모았다”고 했다.

에트로의 이웃 돕기 사업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2002년 ‘백운장학재단’을 세워 그동안 16억원의 기금을 모으고 240여 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줬다. 올해는 기금 20억원을 채우는 게 목표다. 또 매달 사회시설 10곳에 370만원을 부치고 있다.

에트로의 사회환원사업은 원래 수입 브랜드의 나쁜 이미지를 씻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수입 명품이라고 하면 ‘사치’ ‘매국’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 명품업체도 지역사회를 위해 돈을 쓸 줄 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부 금액이 쌓이면서 이 대표는 환원 자체에 보람을 느끼게 됐다. 이 대표는 “월급쟁이로 출발해 에트로를 국내 10위권의 명품 브랜드로 키우고 나니 더 욕심이 없다”며 “자식들에게도 재산을 10%만 물려주고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일러뒀다”고 말했다. 그는 신라호텔 면세점에서 퇴직한 뒤 에트로 수입권을 따내 사업을 벌였다.

에트로는 올챙이처럼 생긴 화려한 직물 짜임(페이즐리 무늬)을 내세워 인기를 끈 브랜드. 1993년 수입한 뒤 초기 3년간 매출이 매년 두 배로 뛰었다. 가방·스카프가 공식 수입되기 전부터 페이즐리 무늬의 직물이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었던 게 이런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 대표는 “화려한 것 같으면서도 막상 걸치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 잔잔한 무늬가 우리나라 소비자의 취향에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에트로는 페이즐리 무늬의 비중을 줄이고 단순한 스타일을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향후 10년 동안 명품 시장은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5년 안에 매출을 두 배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에트로(Etro)=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짐모 에트로가 1968년 설립한 패션 브랜드. 올챙이처럼 생긴 화려한 직물 짜임(페이즐리 무늬)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원단에서 출발해 80년대 침대보와 쿠션·담요 등 홈 컬렉션으로 세를 넓혔다. 90년대에는 의류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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