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곳곳 청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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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들은 콜금리 얘기만 꺼내면 손사래를 치곤 했다. 지난달 9일 콜금리 목표치를 두 달 연속 올리자마자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휘청거렸기 때문이다. 그랬던 한은이 오랜만에 웃었다. 올 2분기 잠정 국내총생산(GDP)이 전망치는 물론 속보치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아져 물가가 오를 우려가 있으니 콜금리 인상이 적절한 조치였다는 논리가 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GDP뿐만 아니라 산업활동동향,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제조업 가동률과 같은 각종 경제지표가 모두 파란 불이다. 내수회복을 통한 체감경기가 좋아지는 일만 남았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지표는 일제히 좋아지는데=7월 말 한은은 2분기(4~6월) 실질 GDP 성장률(속보치)이 1.7%라고 발표했다. 같은 달 초 발표한 전망치(1.4%)를 크게 웃돈 것이다. 게다가 3일 발표된 잠정치는 속보치보다 더 높은 1.8%였다. 2003년 4분기(2.7%) 이후 가장 높았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5% 성장했다.

 2분기 이후 상황을 보여주는 경제지표들도 좋다. 7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4.3% 증가해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산업생산은 4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였다. 7월 중소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6%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8%포인트 높아졌다. 가동률은 3월 이후 5개월 연속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경련의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대한상의가 발표한 4분기 BSI도 기준인 100을 넘었다. 기업들이 향후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체감경기 회복이 관건=한은 안길효 국민소득팀장은 “민간소비와 건설업이 회복하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민간소비는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 안팎에 이른다. 민간소비가 늘어야 GDP가 늘어난다는 얘기다. 하지만 2분기 민간소비는 1분기(1.5%)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체감경기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건설업도 실망스럽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인해 건설업은 토목건설과 건물건설이 모두 부진하면서 전기 대비 1.8%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체감경기가 좋아질 여건도 점차 갖춰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선 한 국가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늘었다. GNI 증가율은 전기 대비 2.2%, 지난해 동기 대비로는 4.7%를 기록했다. 1분기에 마이너스(-0.9%)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크게 개선된 것이다.

 특히 건설업종의 경우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희망 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성대 부동산학과 백성준 교수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비롯해 상당수 대선 주자들이 부동산 규제의 일부 완화를 내세우고 있다”며 “건설업은 올해를 저점으로 해 경기회복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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