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쟁점 정치권 토론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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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우리 상황은 상식적 사회에서는 있기 어려운 여러문제들이 겹쳐 폭발하는 바람에 정치·사회·외교 등 각 분야에서 난국이 조성되고 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시국사태」라는 말이 다시 신문에 등장할 정도로 현 상황은 김 정부 출범이후 최악이라 할만하다.
이런 난국을 맞아 여야가 대립하고 공방을 벌이는 것은 불가피하고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기택 민주당 대표가 최근 현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갖고 야당의 의견과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이 대표는 혼선을 거듭해온 정부의 북한 핵정책에 대해 「원칙없는 외교의 전면 재검토」와 「외교팀의 전면개편」을 요구하고 사전선거운동 관련자의 해임,조계사 사태의 배후와 비자금 문제의 철저규명 등을 요구했다.
우리는 이런 이 대표의 주장을 정부가 당연히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외교정책의 총괄 조정기능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와 사전선거운동 및 비자금문제와 관련한 도덕성 힐난에 대해서도 정부로서 성실한 회답을 보내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보면 정부는 야당의 문제제기를 임기응변식으로 넘기거나 일과성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경우 사안의 중대성으로 보아 정색하고 진지하게 대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평소에도 안타깝게 생각해왔지만 이런 물끓듯 하는 국가적 중대사가 터졌는데도 국회에서 왜 좀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토론과 대응을 못하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은 공격하고 여당은 방어하는 것으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여야간 공방의 결과로 「일」이 개선되고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UR문제나 외교혼선 같으면 우리의 허점은 어디에 있었고,누구의 책임이며,개선·보완책은 무엇인가하는 점 등이 남김없이 규명·토론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일은 국회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황병태대사 발언파동이 있어도,조계사 사태가 터져도 국회는 문을 닫고만 있다. 과천선 지하철이 연달아 사고를 내도 국회는 관심조차 안보인다.
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4대 현안」도 따져보면 여야간에 그리 큰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없는 문제다. 정부도 사전선거운동 관련자는 자진사퇴쪽으로,UR문제와 관련해서는 농림수산장관의 해임으로 수습의 가닥을 잡고 있고,조계사·비자금문제 역시 의혹을 안풀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국회를 회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야당 역시 대표의 회견으로 문제제기의 공세를 취한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좀더 조직적·체계적으로 따져나가야 할 것이다.
문제가 심각할수록 회피하거나 방치하지 말고 정치권이 정면에서 다뤄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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