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장관회의 6시간 진통/미,특사교환 양보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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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용여부 결론 못내려
미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미 3단계 회담의 전제조건인 남북한 특사교환의 양보를 한국에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5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긴급 안보장관회의를 갖고 앞으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6시간이나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입장정리에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이회창총리,이영덕 통일원 부총리,한승주 외무장관,김덕 안기부장,정종욱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이날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총리공관에서 북한 핵협상과 관련한 대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 회의는 한 외무장관의 미국방문 결과를 보고받고 미국이 우리에게 의사를 타진한 특사교환의 양보와 팀스피리트훈련 재개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이 회의에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한 특사교환을 양보해 북한­미 회담을 진행시키고 북한이 핵사찰을 완전히 받도록 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는 의견과 남북대화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양보론은 유엔조치가 남북대화 부진에 있지 않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에 있는 만큼 이의 성사를 우선시하는 미국과 국제적인 분위기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보불가론은 남북대화를 양보할 경우 북한의 전술에 말려 남북대화가 늦어질 것과 북한에 양보만 한다는 국내 여론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최근 북한­미 회담 수석대표인 강석주 외교부 부부장이 미국측 수석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국무차관보에게 『북한­미 3단계 회담의 개최와 그 전제조건인 남북한 특사교환을 연계하지 않을 경우 IAEA의 추가사찰을 수용하겠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고,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은 『이의 수용이 현 국면을 타개하는 유일한 현실적 방안』임을 들어 한국에 검토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은 국민정서상 문제를 들어 반대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안보장관회의는 현재 정부내에서 북한 핵협상 전략과 관련해 혼선이 있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문제를 논의했으며 정부입장을 조율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합의하고 기존정책을 유지하되 상황에 따라 적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다른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 회의에서는 또 홍순영 외무차관이 남북한 특사교환 요구를 철회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이 정부정책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김현일·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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