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자들 귀국때 면세점 쇼핑' 거짓 정보 유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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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됐던 한국인 23명 중 마지막 인질로 잡혀 있던 19명이 31일 오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출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2일 인천 공항으로 귀국했다.

이와 관련, 주요 포털사이트 블로그에서는 “일부 피랍자들이 귀국 당시 두바이 면세점에서 쇼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랍자들이 두바이 면세점 쇼핑백을 든 언론 보도 사진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네이버 블로그 및 지식in 코너 등에는 ‘피랍자 쇼핑백 진위’ ‘피랍자들이 들고온 두바이상표 쇼핑백’ ‘피랍자 귀환 면세점 들르다’ 등의 게시물이 올라오면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한 블로거는 2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언론에 보도된 사진 3~4장을 공개하며 “19명이 석방될 때 맨손이거나 검은색 가방을 메고 있었다”며 “그러나 사진을 대조해본 결과 귀국길에 두바이 면세점에 들러 쇼핑을 했다. 동료가 살해되고 구출 비용으로 혈세가 나갔는데 쇼핑은 말도 안된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7월 13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베이징(北京)을 경유, 두바이 공항에 도착한 뒤 이튿날 다시 두바이 공항을 떠나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 내려 봉사활동 일정을 시작했다. 출국 시 두바이 면세점을 들러 쇼핑을 했을 것이다는 의견도 일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피랍자 가족 대표 차성민(30)씨는 “말도 안되는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그럴 경황이 어디 있겠나”라며 “돈과 짐을 다 빼앗겨 속옷까지 갈아입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에서 피랍자들이 갈아입을 수 있는 운동복을 갖다 줘 쇼핑백에는 자신들이 입었던 옷가지를 넣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피랍자와 피랍자 가족들은 네티즌의 싸늘한 시선에 한번 더 상처를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이 1일 탈레반 고위인사의 말을 인용, “우리는 한국정부로부터 2000만달러 이상을 받았다”고 보도한 이후 ‘정부의 거액 몸값 제공설’ ‘일부 기독교계의 위험지역 선교 강행방침’ 등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다음 아고라의 네티즌 청원 코너에는 “아프칸 피랍자 구출비용 청구하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3일 현재 3만2000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세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댓글놀이가 확산되고 있고 ‘피랍자스럽다(곤경에서 도움을 받아 기사회생하거나 기타 민폐를 끼치고도 감사할줄 모르고 당연하게 여기다)’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피랍자 및 가족들의 심적 고통 등을 이해해야 한다” “사실과 다른 내용의 글과 악성댓글을 자제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 황상민(심리학) 교수는 “이미 피랍 사건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악성 댓글을 보면 2차 상처를 입어 악몽이 계속될 것”이라며 “악플을 다는 사람은 개인에 대한 공격보다 사건 자체에 대해 감정을 폭발시키는 반면 읽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댓글로 받아들여 더 큰 아픔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이 안정을 찾는데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악플을 보지도 듣지도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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