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씨, 검찰 조사 중에도 또다른 개발 사업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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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김씨가 부산 연제구 연산8동 재개발 사업과 수영구 민락동 아파트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금융권에서 각각 2650억원과 685억원을 포함한 3300여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자본금 3억원에 불과한 지역 소형 건설업체가 대출받기에는 너무 큰 돈이라는 것이다. 이 중 수백억원의 사용처가 불분명해 각종 로비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는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부터 정 전 비서관과 김씨 및 김씨의 형(45)을 비롯한 주요 관련자들에 대해 소환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김상진씨는 차명법인을 내세워 부산 시내에 토지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일 부산지역 건설업계와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올 1월 ㈜일건의 직원 조모씨 명의로 세운 부동산개발업체 '스카이시티'를 통해 민락동 수변공원 일대 유원지 3만여㎡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 5월 부산은행에서 685억원을 대출받았다. 총사업규모 2650억원대의 연제8동 재개발사업과는 별개의 건이다. 스카이시티는 이 유원지를 50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토지 소유권은 모 부동산신탁회사에 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김씨가 땅 매입을 검토하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는 김씨의 회사가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이어 검찰의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다. 추가 사업을 벌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도 용도변경이 필요한 신규 개발사업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 유원지 일대는 지난해부터 준주거지로 용도변경이 추진되고 있어 주거지나 숙박시설로 개발될 경우 큰 차익을 챙길 수 있는 땅이다.

특히 김씨가 대출받은 금액이 685억원대에 이르지만 땅 매입비(500억원 추정)와 최소한 100여억원 이상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스카이시티는 토지 매입비용을 빌릴 때 시공사의 연대보증도 없이 은행에서 거액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부산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상진) 사장은 통상 금융권 대출을 추진하면서 땅값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마련해 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연산동 재개발 사업의 경우 사업 초기 3.3㎡당 280만원 하던 주택가격은 최근 3000만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상당수 주택이 3.3㎡당 500만~600만원대에 주로 매입됐으나, 계약서와 별도로 매매가격을 알리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함으로써 누가 얼마에 팔았는지 주민들도 서로 모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땅값 부풀리기를 이용한 자금 빼돌리기로 인한 손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일으킬 때 보증을 선 시공사 포스코건설에 돌아갔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은 현재까지 손해본 게 없다고 주장했다. 포스코건설의 연대보증으로 ㈜일건이 2개 시중은행에서 빌린 돈은 모두 2650억원이다.

금융감독원이 작성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12월 31일 현재 김씨는 자본금 3억원 규모의 이 회사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채 대표로만 등재돼 있었다. 그럼에도 국민은행으로부터 이 회사가 장.단기 차입금 1690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 김씨가 보증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땅값 부풀려 돈 빼돌렸을 가능성=부산지검은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이 김상진씨로부터 받은 1억원의 사용처와 이 돈의 전달에 대해 정윤재 전 비서관이 알고 있었는지를 우선 수사할 방침이다. 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에 대한 사기대출 개입, 연산동 재개발 사업 관련 여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연산동 재개발 사업에 ㈜일건이 시행사로 나선 경위와 포스코이 시공사로 참여한 배경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이 일련의 과정에 정 전 비서관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다.

검찰은 "김상진씨가 평소'청와대 비서관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사업이 잘 될 것이다'며 친분을 과시하곤 했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내용의 첩보에 대해서도 확인할 예정이다.

김씨가 사기를 통해 빼돌린 돈의 사용처와 은닉 재산에 대한 추적도 벌일 계획이다. 김씨는 빼돌린 돈을 수표와 현금으로 여러 차례 되바꾸는 주도면밀한 세탁 과정을 거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이미 드러났다. 로비 자금 등 비밀스러운 용처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산=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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