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릿' 쌍둥이 '오퍼튜니티'도 화성에 발 디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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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화성에 안착했던 미국의 화성탐사 로봇 '스피릿'의 쌍둥이 탐사로봇인'오퍼튜니티'가 25일 오후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고 미 항공우주국(NASA)이 밝혔다. 지난해 7월 7일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발사기지를 떠난 뒤 4억8천만㎞의 긴 여정 끝에 6개월반 만에 무사히 화성표면에 내려앉은 것이다.

NASA는 오퍼튜니티가 이날 오후 2시5분(그리니치 표준시 5시5분) 화성의 메리디아니 평원에 착륙했으며 지구통제소와 교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메리디아니 평원은 3주 전 스피릿이 착륙했던 곳과는 1만6백㎞가 떨어진 반대편에 있다. 이곳은 화성에서 가장 평탄한 지역으로 산화철(酸化鐵)인 적철광(赤鐵鑛)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토양 색깔이 짙은 회색이나 검은색을 띠고 있다.

8억2천만달러가 투입된 쌍둥이 탐사로봇은 똑같이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던 흔적을 찾기 위해 탐사활동을 한다. NASA 과학자들은 오퍼튜니티를 통해 메리디아니 평원의 적철광층 생성과정을 규명함으로써 이런 의문을 풀 단서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쌍둥이 탐사로봇의 다른 점은 스피릿이 과거에 물이 있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추정되는 구세브 분화구에 안착한 것과 달리 오퍼튜니티는 반대편의 평원에 착륙한 것이다. 착륙과정도 같았으나 오퍼튜니티의 착륙지점이 스피릿보다 1천3백50m 높아 오퍼튜니티의 낙하산이 그만큼 높은 곳에서 펴졌다고 NASA 관계자는 밝혔다.

스피릿이 문제를 일으켜 며칠 기능을 멈춘 가운데 오퍼튜니티의 착륙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NASA 제트추진연구소(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소재) 과학자들은 모니터를 통해 착륙 성공을 확인하곤 사무실이 떠나갈 듯 환호성을 올렸다.

이날 제트추진연구소에는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부인 마리아 시리버와 함께 방문해 축하했으며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들렀다.

한편 단순 신호와 잡음만 보내왔던 화성탐사로봇 스피릿호가 정상 교신을 재개한 데 이어 원격조정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NASA가 24일 밝혔다.

피트 데이싱어 NASA 제트추진연구소 화성탐사 프로젝트 팀장은 "스피릿은 '중대한 결정적 장애' 상태를 벗어나 '심각한' 상태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상작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3주 이상 걸릴 것"이라며 조속한 원상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NASA 과학자들은 스피릿의 컴퓨터가 꺼졌다 커졌다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플래시 메모리 이상' 현상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정밀 조사를 하고 있다.

NASA는 이에 따라 플래시 메모리 작동을 중단하고 별도의 '장애' 모드를 가동했으며, 전력을 아끼기 위해 스피릿을 한동안 휴면상태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사진 설명 전문>
이렇게 기쁠 수가. 25일 화성에 착륙한 탐사로봇 오퍼튜니티호가 처음으로 전송한 사진을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스크린에서 확인한 관계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 [패서디나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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