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노동 못견뎌 잦은 탈주/일지 북 벌목노동자 실태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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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러 경찰 북한과 협정따라 도망자수사 도와/병원 입원자들의 50%가 나무에 깔린 사람
일본 요미우리(독매) 신문은 2일 시베리아 일대에서 삼림 벌채를 하다 가혹한 노동조건으로 사망하거나 도망가는 북한 노동자들의 사례를 포함,이들의 비참한 상황을 소개하는 「북한 노동자 밑바닥 생활」이란 특집을 실었다. 다음은 그 내용.
하바로프스크에서 철도로 약 17시간만에 베르프네브레인스크 지구에 있는 인구 5만명의 임업과 석탄마을 체그돔인. 3월 하순인데도 영하 20도의 맹추위가 계속되는 이 지구에서 목재의 벌채와 반출에 종사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는 약 6천3백명이다. 가혹한 노동에 견디다 못해 도망하거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밀렵을 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궁핍한 실태가 현지 당국자와 주민의 증언을 통해 잇따라 밝혀졌다.
체그돔인 중앙병원에서 20년 이상 북한 노동자를 진료해온 체레파노프 병원장(55)은 『북한 노동자의 입원은 연간 10∼15명,그중 절반은 나무에 깔린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지 러시아 내무부의 외국인 비자등록부 당국자는 『북한이 베르프네브레인스크 지구에서 운영하는 살림 벌채장에서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40명 정도,도망자는 지금까지 50명 이상에 달했다』고 말했다.
베르프네브레인스크 지구의 파베르 체페바텐코 서장은 『지금도 벌채장으로부터 매달 수명의 노동자가 도망하고 있다』고 밝히고 『러시아 경찰은 러시아 내무부와 북한 비밀경찰간에 교환한 비밀의정서에 따라 도망자들에 대한 수사협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그돔인을 중심으로 통역 등을 하고 있는 한국계 니콜라이 강씨는 『북한 노동자들은 본국에 인질로 잡혀있는 가족들만 없다면 반이상이 벌채장으로부터 도망했을 것』이라며 『노동자들은 다른 사람 앞에서 절대 본국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으나 마음속으로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철도기사는 『3,4년전만 하더라도 북한 노동자들은 국영상점의 물품을 훑기라도 하듯이 닥치는대로 사들여 지구 행정 당국이 상점의 진영을 줄여 물건을 사지 못하도록 지시한 일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1,2년전부터 이같은 협상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현지 주민들은 한결같이 설명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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