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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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양인가 O양인가. 아직도 그녀를 가리킬 때 금세 떠오르는 이 말을 들으면 오현경이라는 실재하는 인물을 지칭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니셜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사연을 따지자면 참 묘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만, 오현경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면 혀를 차지 않을 수가 없다. 1989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혔을 때만 해도 앞길은 탄탄하기만 했다. 당시 단국대 신입생이던 오현경은 CF 모델 활동 경력이 있어 약간의 결격 사유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워낙 미모와 재능이 탁월해 선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같은 해 미스코리아 선이 고현정이라는 점을 되새겨 보면 그가 심사위원들에게 얼마나 크게 어필했는지 알 수 있다.

이후 연기자로도 톱의 자리를 굳히고 있던 1998년, 문제의 ‘사건’이 터졌다. 그사이 결혼과 출산, 이혼이 없었다면 좀 더 빨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 사건 하나로 잘나가던 연예인 한 사람이 만 9년 동안 양지를 피해야 했다. 한국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사생활 비디오 유출로 패리스 힐튼이나 파멜라 앤더슨이 ‘고초’를 겪었다는 보도가 나오면 오현경의 잔주름에 다시 눈길이 간다. 어느새 그는 “제일 무서운 건 이제 ‘악플’이 아니라 (초고화질의) HDTV다. 주름이 보일지도 모르니 클로즈업은 잡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말하는 중견 탤런트가 됐다.

문제의 ‘사건’ 이후 방송사 PD들이며 영화제작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항상 같은 과정이 되풀이됐다. “대체 O양의 죄가 뭡니까.” “…없지.” “그럼 곧 복귀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좀….” 죄 없는 죄인. 이보다 오현경의 처지를 더 잘 설명해주는 말은 없었다. 심지어 상대 남자인 함모씨는 한때 인터넷 성인방송 MC를 했고 회고록을 집필하는 등 유명인으로서의 지위를 누리기도 했다. 그동안에도 오현경은 사람 많은 곳에선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지 못했다.

8월 29일 제작발표회를 연 SBS-TV 드라마 ‘조강지처클럽’(9월 29일 첫 방송)은 ‘소문난 칠공주’ ‘애정의 조건’ 등을 통해 시청률 보증수표 자리에 오른 문영남 작가의 작품이다. 오현경의 캐스팅을 적극 요청한 것도 문 작가다. 알고 보면 문 작가의 데뷔작인 1992년 MBC-TV 특집극 ‘분노의 왕국’ 여주인공이 오현경이었다.

오현경이 ‘어쨌든 뭔가 잘못을 저질렀던’ 황수정이나 성현아, 이영자와 함께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으로 분류되는 것은 한국 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지표 이외의 무엇도 아니다. 마침 그와 같은 선에서 비교할 수 있는 백지영은 사건 1년 만에 복귀를 시도했고 상당한 시간 고초를 겪었지만 지난해 ‘사랑 안 해’의 빅 히트로 2006년 최고의 여가수 자리에 올랐다. 2005년 히트작 ‘장밋빛 인생’으로 어지간히 말 많던 최진실을 무사히 복귀시킨 문영남 작가가 부디 이번에도 ‘재활 전문가’의 명성을 다시 확인시켜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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