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씨 의혹 핵심은 연산동 아파트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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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31일 재수사를 결정한 부산 지역 건설업자 김상진(41)씨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의 아파트 개발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정윤재(43) 전 청와대 비서관과 친분이 있는 김씨의 형(45)이 주도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국세청이 새로 시작한 세무조사 대상에는 김씨의 형이 운영하는 업체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앞으로 검찰 수사는 김씨의 형에게도 집중될 전망이다.

김상진씨가 지난달 검찰에 구속된 것은 이 사업 때문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파트 공사 계약서 등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430여억원을 사기.횡령했다.

김씨는 신용보증기금(약 13억원), 기술신용보증기금(41억원), 재향군인회(225억원), 아파트 개발 시공사인 P건설(157억원)로부터 400억원대 자금을 불법으로 융통했다. 김씨는 이 건으로 구속됐지만 지난달 27일 부산지법의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다.

세무 조사 무마 로비도 이 시행 사업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해 7월 시행 사업을 진행하던 김씨의 4개 회사는 내부고발자의 탈세 제보로 인해 부산지방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때 김씨는 정윤재 전 비서관에게 정상곤(53.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구속)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소개받고 현금 1억원을 뇌물로 줬다. 김씨와 일면식도 없었던 정 국장은 정 전 비서관의 소개 이후 탈세 수법까지 일러 주며 김씨를 도왔다. 덕분에 김씨는 50억여원의 추징 세금도 내지 않게 됐다. 정 전 비서관이 김씨와 수년간 알고 지낸 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파트 개발 사업을 정 전 비서관도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또 김씨와 건설사업을 함께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씨의 형은 정 전 비서관과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한 관계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과 국세청이 연산동 아파트 개발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지원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변한 수주 실적이 없는 김씨 소유의 일건건설이 대형 개발 사업의 시행을 맡은 점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일건건설은 자본금 3억원의 영세한 회사다. 김씨는 자신의 형과 공동으로 시행 사업을 진행하다가 정 국장의 조언으로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한림토건과 주성건설을 올 3월 폐업했다.

김씨가 주무른 수백억원대 자금 운용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부산지검은 이날 보완 수사의 초점을 '김씨가 횡령하거나 편취한 돈의 소비처'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시행 사업을 위해 마련한 자금을 주변 사람 5~6명의 차명으로 개설한 계좌를 통해 은닉했다. 검찰 압수수색에서 사무실에 보관된 현금 2억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씨의 변호인 이학수 변호사는 "땅값이 오르는 것을 막고자 개발 사업을 비밀리에 추진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밀스러운 자금이 정상곤 국장에게 1억원이 건네진 것처럼 아파트 시행 사업 과정에서 다른 돈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앞으로 ▶실적이 미미한 김씨의 회사가 대형 P건설사를 시공사로 끌어들인 경위 ▶신용보증기금과 재향군인회가 김씨의 사기 대출에 속아 넘어간 이유 ▶이 과정에서 김씨 형제의 로비와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연산동 재개발사업=김상진씨가 부산시 연제구 연산8동에서 추진하는 재개발사업. 부지 8만7000㎡에 거주하는 520가옥을 철거하고 1440가구의 아파트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온천천을 끼고 있고 학군도 괜찮아 부산 도심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로 불린다. 김씨는 이 사업을 위해 2005년 4월 일건건설을 설립했으며 지난해 6월 대형건설사인 P사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공사비가 2650억원에 이르며, 사업이 성공하면 김씨는 100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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