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광장>포장기계 국산화앞장 한동기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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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소기업을 하다보면 답답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일선 중소기업경영자들을 가장 몸달게 하는 것은 애써 수입기계를 국산화했는데도 정작 국내 기업들이 외면하는 경우다. 서울 화양동에 자리잡은 韓東機械工業(株)은 이런 어려움을극복하고 포장기계 국산화의 선두주자로 우뚝선 중소기업이다.
박스 포장기계인「케이서」,자동적재시스팀「팔레타이저」,충전기「필러」,방향전환기「오리엔테이터」 등 이 회사는 지금까지 수입에만 의존해온 포장기계 10여가지를 국산화했다.
『처음 수입기계를 국산화했을때는 업체들이 선뜻 사용하기를 꺼려 상당히 고생을 했습니다.어떤 회사에는 열번씩이나 찾아가도 거절당하다가 써본후 돈을 받는 조건으로 간신히 납품한 적도 있습니다.』 任東熙사장(40)은 82년부터 기계 수입판매업을 하다가 87년 지금의 한동기계공업을 설립했다.
수입업으로 적잖은 재미를 보았으나 외국업체만 살찌운다는 것이항상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당시만해도 포장기계산업이 불모지였기 때문에 任사장은 수입업을하면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계 국산화를 추진했다.
이때부터 이 회사는 기계를 만들기만 하면 국내 1호기란 명칭이 뒤따라다니게 됐다.
창업 5년간 잉여금의 전부를 개발자금으로 다시 투자하는 억척을 보이며 포장기계분야의 국산화 고지를 하나하나 점령해 나갔다. 『수입기계를 팔때는 업체들이 찾아와 계약했으나 국산기계를 팔때는 업체를 일일이 찾아가서 계약해야 하더군요.』 소비자들에게 국산 조미료나 세제 사용을 부르짖는 회사들도 정작 그 제품을 만드는 기계는 수입품 아니면 믿지 못하는 모순을 깨뜨리기 위해 직접 뛰어다녀야만 했다는 얘기다.
이 회사는 현재 83명의 직원들중 22명이 연구개발팀이다.
이같은 연구개발 인력이 바로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任사장은 지난해까지 포장기계분야의 全 공정별 기계 개발을 완료하고 이제는해외마키팅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90년과 92년에 개발한 용기 정렬기와 檢甁機는「한동」이란 고유브랜드로 일본에 수출되고 있으며 히타치社가 일본내 판매대리점을 맡고 있을 정도다.이달 10일에는 국내 최초로 고속 박스포장기도 개발해냈다.
중소기업이 보통 사장 1인체제로 움직이는 것과 달리 이 회사는 권한의 하부 위임이 잘돼있다.
사업 방향을 정하는 외에 웬만한 것은 팀장이 전결하고 任사장자신은 해외기술 정보수집에 전념한다.
이때문에 2평 남짓한 이 회사 사장실에는 전 세계를 돌며 수집한 포장기계 관련자료가 파일별로 빽빽이 정리돼 있기도 하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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