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사라지는 주경야독 야간학교의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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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 ◎… ◎… ◎… ◎… ◎… ◎… ◎… ◎… ◎… ◎… ◎… ◎… ◎… ◎… 『비슷한 또래를 찾기가 어렵습니다.물론 저처럼 직장에서 퇴근하고 달려와 수업을 듣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지난 24일 저녁무렵 京畿大 교정에서 만난 이대학 야간과정 경영학과 1학년 朴範夏씨(31.회사원)는『晝耕夜讀은 옛말』이라고 잘라 말했다.朴씨는『주변에서 낮에 일하고 밤에 대학에 다니는 직장인들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덧붙였다.주간에 학교를 다니기 어려운 직장인.근로청소년의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우수한 산업인력을 확보한다는 목적으로 개설된 야간학교들이 본래 의 목적은 퇴색되고 단순히 대학에 진학하고 보려는「新세대」야간학생들로 채워지고 있다.직장인이 아닌 일반학생들이 몰리고 있는것이다. …◎ …◎ …◎ …◎ …◎ …◎ …◎ …◎ …◎ …◎…◎ …◎ …◎ …◎ …◎ 야간대학과 달리 야간 고등학교의 경우는 지원자 수도 크게 줄어 학교와 학급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밤에라도 열심히 공부해 고교과정을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진출을 준비하겠다는 청소년들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야간수업이 주간으로 전환되는가 하면 시험및과제물등 학사일정이 非직장인.일반학생 위주로 진행되면서 순수 晝耕夜讀派가 학업에 어려움을 느낄뿐 아니라 야간학생들의 주간수업여부등을 놓고 갈등을 빚는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晝耕夜讀 풍조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야간대학생 가운데 직장인비율을 살펴보거나 최근 야간고의 지원자수및 학급수등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먼저 전국 대학 가운데 야간학부를 개설하고 있는 곳은 成均館大.東國大.京畿大.慶熙大등 73개 대학으로 정원이 모두 2만여명에 이르고 있다.이는 10년전인 85년의 43개대학 1만2천여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92년이후 교육부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별로 야간학과 설치를 권장해온 결과다.
겉으로는 야간학부 개설대학과 인원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가운데 직장인 학생수를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그 수가 격감,순수한 의미의 야간학생수는 그리 많지 않다.
60~70년대 70~80%를 웃돌던 야간대학의 직장인 비율이80년대들어 단순히 대학진학을 겨냥한 일반수험생이 몰리면서 최근엔 70~80%가 일반학생들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58년 야간강좌를 개설,가장 직장인비율이 높다는 成均館大의 경우 84년 2학기에는 1천8백74명의 재학생중 직장인수가 8백50명으로 45%에 달했으나 87년 1학기에는 재학생 1천9백1명중 27%인 5백5명으로 낮아졌고 올해 엔 1천3백60명 가운데 군위탁생을 포함한 직장인 비율이 15%선까지 떨어져 전체적 추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外國語大.德成女大.同德女大.慶熙大.建國大.明知大.仁荷大.湖西大등 야간강좌를 개설한 전국 주요대학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일반학생이 늘고 이들이 주간강좌를 선호함에 따라 상당수 대학들이「全日制 수업」방식을 택해 야간강좌를 잇따라 주간강좌로 전환하면서 낮에 일하는 학생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져 간다. 심지어 일반학생들이 학교측에 대해 정식으로 주간강좌 수강 허용을 요구하며 학교측과 맞서는등 직장인 학생들의 입장에서서운할 수밖에 없는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8개학과 정원 5백50여명중 70%가 일반학생인 서울여대에서는 학생들이 학기초부터 주간수업 허용을 요구하며 수강신청을 하지 않는등 학교와 갈등을 빚었고 祥明女大는 수업거부등 진통끝에이번 학기동안 교양과목에 한해 주간수업을 허용키 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변화추이를 바라보는 직장인 야간학생들은『교수들의 수업진행과 시험.과제물등 학사일정이 일반학생 위주로진행되면서 좀더 공부해보겠다는 각오로 피곤함을 잊고 공부하는 정통파(?)야간생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있다. 고등학교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야간과정을 개설한 학교및 학급수가 격감하면서 특히 인문계의 경우 야간고가 존폐위기에처해 있다.
과거에는 고입 학력고사에서 낙방하는 학생들이 고교진학을 위해대거 지원,충원에 어려움이 없었으나 고교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인문계고교가 증설되면서 중학졸업생들이 거의 주간수업을 하는 일반고교에 진학하고 있다.
92년의 경우 인문계 야간고 입학생이 전년도보다 42.5% 줄어든 4천6백77명으로 전체모집정원 5천6백50명보다 17.
2%나 부족했다.
지원자가 줄어들자 대원.숭실.마포.상명여고.숭의여고등 8개고교가 2년전부터 야간신입생을 뽑지않았고 경신고.경복여상.성남고등은 학급수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야간과정을 폐쇄할 방침이다.
광성고의 경우 최근 수년간 야간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다 2년전부터는 선발 자체를 포기해 현재 3학년만 남아있으며 95년부터는 야간부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경복여상도 지난해까지 5학급 2백50여명의 정원을 유지해왔으나 추세를 감안 ,올해부터는2학급 1백명 가량으로 대폭 인원을 줄였다.
경복여상의 金모교사(48)는『과거엔 야간학교 개설목적에 따라가정형편이 어려워 낮에 일하고 밤에 배우는 학생이 많았으나 이제 형편때문에 야간학교에 오려는 학생은 없다』면서『사회상황이 변했는데도 야간교육과정은 20~30년전의 운영방 식을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이 몇년간 계속되면서 서울시의 경우 불과 지난 5년동안 문을 닫는 야간고가 10여개에 달하는등 폐교사태가 이어졌다.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지난 87년 29개교 2백41학급이던 야간고가 지난해 17개교 99개 학급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와 학급이 문을 닫는 것외에 수업이 주로 주간에 이루어진다는 점도 이같은 현상의 요인으로 꼽힌다.
충암.문일.서라벌.명지고등 시내 야간고 대부분이 이름만 2부(야간)수업이고 실제로는 오전10시부터 수업을 시작,어두워지기전에 일과를 마치고 있다.
학교측에서는 이처럼 변형수업을 채택한 이유로▲경제적 여건이 향상되면서 직장에 다니는 학생이 거의 없고▲야간수업및 진학지도등이 상대적으로 어려우며▲야간학생들이 열등의식을 가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그러나 교육관계자들 은『여전히 직업과 학업을 병행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속에서 일반학생의 「편의」에 밀리고 있는 직장인.근로청소년등 야간학생을 위한 적절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부 梁昌鉉교육담당관(50)은 『직장에 다니면서 고등교육을받으려는 사람이 있는 한 야간교육은 당초 취지대로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야간과정에 일반학생이 늘어나면서 생긴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할 제도적 보완책을 강구중』이라고말했다. 〈權泰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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