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자동차 '넘버2'오른 日 도요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1면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지난해 미국 포드를 제치고 세계 자동차업계 2위로 올라섰다. 닛케이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도요타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6백78만대의 자동차를 팔아 70여년간 세계 2위를 유지했던 포드(6백72만대)를 앞질렀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미국 GM이 8백60만대로 부동의 1위를 지켰고, 도요타와 포드에 이어 독일 폴크스바겐과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각각 4, 5위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차)은 지난해 3백3만대를 판매해 세계 9위에 랭크된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는 26일 지난해 경영실적과 올해 경영비전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올해 미국.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해 7백만대 판매를 돌파, 세계 2위 자리를 지킨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의 성공신화는 창업주 가문과 전문경영인 사이의 신뢰와 협력이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경영권과 도요타 정신(유전자.DNA)을 넘겨주고 이어받는 독특한 전통을 만들며 신화를 이끌었다.

1937년 자동차 회사를 설립한 창업 1세 도요다 기이치로(豊田喜一郞)는 50년 전례 없는 불황이 닥친 데다 노조 파업까지 겹치자 이시다 다이조(石田退三)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창업주라도 경영 부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었다.

결국 이시다 사장은 도산 위기에 몰린 도요타를 흑자 경영으로 회생시킨 뒤 67년 도요다 가문(사촌동생 도요다 에이지 사장)에 경영권을 되돌려줬다.

현재 도요타의 최고 경영층은 창업 2세인 도요다 쇼이치로(豊田章一郞.79) 명예회장과 오쿠다 히로시(奧田碩.72) 회장, 조 후지오(張富士夫.67) 사장 등이 맡고 있다. 사주인 쇼이치로 명예회장이 정신적 지주라면, 전문경영인 회장과 사장은 실제 경영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쇼이치로 명예회장은 26만여명이나 되는 도요타 사람들의 구심점이자 도요타를 세계화하는 데 초석을 놓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가이젠(改善)에는 끝이 없다"며 "위기의식이야말로 최고 자산"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는 전문경영인인 오쿠다를 99년 후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오쿠다 회장은 '타도 도요타'라는 기치를 내걸고 대기업병에 걸린 도요타를 개혁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는 95년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도요타'를 타도해야 '더 강한 도요타'가 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일본 게이단렌(經團連) 등 대외 업무에 전념하고 있다.

조 후지오 사장은 '도요타 생산방식(저스트 인 타임)'을 주도한 인물이다. 도쿄대 법학부를 나온 엘리트 출신이면서도 입사 초기 15년을 생산현장에서 보내며 도요타 생산방식을 이끌어냈다. 그는 가이젠 철학을 이어받아 '왜(Why)'를 수없이 외치면서 위기감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창업 3세로는 명예회장의 장남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48) 전무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84년 입사해 현재 인터넷 사업과 중국 프로젝트를 맡는 등 도요타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도요타 경영진에겐 대대로 '겸손'의 자세가 몸에 배었다. 최근 일본 등 세계 언론들이 도요타의 세계 2위 부상을 보도했음에도 회사 측은 24일 "도요타(소매)와 포드(도매)는 판매 기준이 달라 비교할 수 없다"고 밝혔을 뿐이다.

특히 조 후지오 사장 등 경영진은 공식적으로 2등에 대한 코멘트를 하지 않고 있다. 2등이 목표가 아니라 고객에게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전력한다는 게 그들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는=1937년 '도요타 자동직기 제작소'에서 분리된 '도요타자동차공업'이 모태다.

도요타자동차는 50년 노조 파업으로 시련을 겪었다. 이때 노사는 '공존과 타협''상호 신뢰'의 교훈을 배웠고, 이후 노사 분규는 한 건도 없었다. 현재 26개국, 61개 생산라인(국내 15개, 해외 46개)에서 26만여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원호.장정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