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청사 잘 보관해주어 감사”/김 대통령 방중 첫날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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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해시장 “대통령방문은 양국 경협에 도움”/청사들르자 중국인 수백명이 박수로 환호
○…김영삼대통령 내외는 26일 저녁 숙소인 신금강호텔 4층 백옥난청에서 황국 상해시장 일행을 접견,10여분간 환담한뒤 황 시장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
김 대통령은 황 시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처음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지만 공항에서 오면서 1천3백만인구의 상해시가 생동감으로 가득차 있다고 느꼈다』며 『특히 우리나라 주요기업들의 간판이 거리 곳곳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고 대단히 반가웠다』고 상해방문 소감을 피력.
김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중국은 수교 역사가 불과 1년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도 놀라운 교역량 증가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상해시는 중국발전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큰 희망이 있다』고 언급.
김 대통령은 또 『우리나라의 임시정부청사를 돌아보면서 선조들이 그 좁은장소에서 독립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사실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감회가 어린 표정.
김 대통령은 『상해시는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을 잇는 큰 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임정청사를 잘 보관해온데 대해 매우 감사하다』고 사의를 표명.
황 시장은 이에 앞서 『대통령의 상해시 방문은 한국기업의 중국진출 등 양국간의 경제협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인사.
이날 만찬에는 공식수행원 전원과 윤해중 주상해 총영사 등이 동석한 가운데 전통 상해식 요리가 제공됐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 내외는 상해 도착직후 승용차편으로 상해시 노만구 306동 4호에 위치한 상해 임시정부청사를 30여분간 방문.
김 대통령은 청사건물 골목을 걸어들어와 건물입구의 흰 대리석에 새겨진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지」란 현판을 손으로 만져보며 잠시 감회어린 표정을 지은뒤 건물관리소장인 장명목씨의 안내를 받으며 3층 건물 내부를 둘러봤다.
김 대통령은 1층에 있는 회의실과 부엌을 둘러본뒤 김구선생 등 역대 임시정부 대통령·주석 등이 침실겸 집무실로 사용한 2층에 도착.
김 대통령은 장 소장으로부터 임시정부 원년인 1919년 첫 임정국무원 요원들이 기념촬영한 사진 설명을 듣고는 『너무 젊을 때 사진이라 잘 알아볼 수가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시.
김 대통령은 특히 신익희선생 모습을 보고는 『어제도 와세대대학에서 선생님 얘기를 했었는데…』라며 『그분을 모시고 정치를 처음 시작했었다』고 회고.
김 대통령은 이어 3층에 올라가 요인숙소를 둘러본후 『이렇게 좁은 집에서 많은 분들이 함께 지냈으니 얼마나 어려웠겠느냐』고 임정요인들의 애국심을 되새기기도.
이어 숙소 옆방에 마련된 전시실로 자리를 옮긴 김 대통령은 임정수립 당시의 활동상황이 실린 당시 신문기사·사진 그리고 도산 안창호선생의 친필 휘호 『애기 애타』 등을 어루만지며 관심을 표명.
김 대통령은 장 소장에게 『귀중한 자료들을 잘 보관해주었다』고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1층 회의실에 내려와 회의용 탁자에 준비된 방명록에 『한민족 독립운동의 성전』이라고 기념휘호. 임정청사는 건평 44평에 3층 연립주택형 벽돌건물로 현재 상해시가 「노만구 문물보호」 건물로 지정,관리하고 있는데 비교적 깨끗이 관리되고 있는 상태.
한편 김 대통령 내외가 청사방문을 마치고 나오자 큰길 양쪽에 몰려있던 수백명의 중국인들이 김 대통령을 알아보고 박수를 보냈고 이에 김 대통령은 특유의 제스처로 손을 흔들어 답례.<상해=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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