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출시 "엘 마리아치" 단돈 7천弗들인 액션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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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단돈 7천달러(약5백60만원)로 장편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곧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되는 멕시코계 미국인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스의『엘 마리아치』(컬럼비아)는 이 경이적인 일을 현실화시킨 영화로 지난해 미국등 각국에서 개봉되어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었다.
웬만한 한국영화의 제작비가 5억~6억원 드는 것을 감안하면 7천달러나 들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알 수 있다. 또 이 영화는 단순히 돈을 적게 들였다는 것 뿐아니라 대단히 오락성이 높은 갱영화라는 점에서도 극찬을 받았다.미국의 비평가들은「기적적인 영화」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 영화는 약관 24세인 로드리게스 감독 뿐아니라 각본.촬영.편집까지 맡아 연기외에는 모든 것을 혼자 다 했다고 할만한 영화다. 영화는 주인공인 엘 마리아치(방랑의 음악가를 가리키는스페인어)가 어느 소도시에 들어갔다가 감방에서 탈출한 갱단의 두목으로 오인받아 할수 없이 총을 잡고 갱들과 격전을 벌이게 된다는 내용이다.
로드리게스는 비디오세대의 감수성으로 이 액션신을 장렬하게 구성,신선한 충격을 던져준다.극단적인 클로스업,총격전에서의 슬로모션의 사용등은 그의 영화적 감성이 마카로니 웨스턴을 비롯한 B급 액션영화에서 닦여진 것임을 짐작케한다.
이 영화는 그 제작과정도 마치 영화같다.텍사스대 영화학과 중퇴생인 로드리게스는 단편영화를 몇편 만들어 재능을 인정받았으나장편영화를 만들고 싶어 제작비 마련에 나섰다.
별별 수단을 강구한 끝에 그가 택한 것은 대학병원에서 새로 개발한 콜레스테롤 저하약제의 실험대상이 되어주는 것이었다.3개월간 병원에서 모르모트 노릇을 한끝에 4천달러를 벌었다.친척.
친지들에게 돈을 꿔 대략 9천달러를 만든 그는 남 녀주연에 어린 시절부터 친구인 카를로스 갈라르도와 병원에서 알게된 간호사콘수엘로 고메스를 기용했다.
어차피 이 예산(9천달러)으로 극장용영화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그는 비디오시장에라도 팔겠다는 생각으로 멕시코시티 주변에서 2주만에 촬영을 끝마쳤다.
92년 가을 영화를 완성했을 때 그의 수중에는 오히려 2천달러나 남았다.결국 그는 7천달러로 85분짜리 액션영화를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林載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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