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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42) 서울 광진갑 한나라당 홍희곤 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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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더 이상 혐오나 증오의 대상이어선 안 됩니다. 그래서 상식을 가진 사람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생활도 하고, 근로소득세 내는 국민들과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0월 1일 지구당 사상 처음 치러진 국민참여형 경선에서 70%의 득표율로 한나라당 광진갑 지구당위원장이 된 홍희곤(42) 씨는 ‘상식을 갖고 살아온 멀쩡한 40대’가 기치(旗幟)다. 그는 “지금은 정상과 상식이 가장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정치판이 특히 그렇다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기자 출신이다. 한국일보에서 13년간 사회부·국제부 기자, 뉴욕특파원, 정치부 기자생활을 했다. 그 시절에 대해 그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상식의 수준에서 평가하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96년부터 6년간은 한나라당 출입기자였다. 출입기자에서 취재원-출입처 사람으로 신분이 바뀐 셈이다. 이같은 변신에 대해 그는 “한나라당을 출입할 때 이회창 전 총재 측근에게서 ‘악질’ 소리를 들을 만큼 비판의 날을 세웠다”고 말했다.

“13년 기자생활을 했으면 시간 관념이 철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로 봅니다. 전쟁을 방불케 한 위원장 경선과정에서 저 자신도 모르고 있던 제 안의 정치인 기질을 발견했구요.”

언론인 출신의 정치 신인에게 언론 개혁의 방법론에 관해 물었다. 우선 언론이 개혁의 대상이냐고 물었다.

“우리나라 언론이 권력화한 것은 사실입니다. 큰 힘이 있고, 실제로 휘두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DJ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처럼 피아로 나누고, 공권력을 동원해 군사작전 하듯이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언론 내부의 사고·문화가 바뀌는 한편 언론수용자로서 국민이 나서야 합니다. 언론 상품의 소비자인 국민들이 언론을 견제해야 돼요.”

홍 위원장이 현실 정치에 발을 담근 건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언론특보를 맡으면서다. 보좌역으로 있으면서 그는 이 후보의 진면목을 봤다고 말했다.

“대중 정치인으로서야 모자라는 점들도 많죠. 그러나 이부영 의원이 말했듯이 ‘그가 한국의 보수세력이 낼 수 있는 가장 깨끗한 사람“임엔 틀림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정치풍토에서 안팎으로 고통을 받아온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자금 문제는 검찰 조사로 충분히 밝혀질 거로 봅니다.”

▶홍희곤 한나라당 광진갑 지구당위원장은 “지역구에서 20대의 젊은 유권자를 만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데 다행히 광진갑엔 건국대와 세종대가 있어 시간 나는 대로 캠퍼스를 찾는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말 건국대 캠퍼스에서 대학생들과 대화하는 홍 위원장(가운데 안경 쓴 사람).
자판기 커피를 건네며 사촌형처럼 편하게 대해 달라고 했더니 “정치보다 당장 졸업 후 취직할 일이 더 걱정”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더라고 그는 전했다.

한나라당의 미래에 대해선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환골탈태를 한다면 제 1당은 무난하다고 낙관했다.

“최근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의원이 22명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죠. 한나라당이 변하고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고, 실제로 변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국민이 한나라당에 바라는 게 바로 그거구요.”

정치개혁의 으뜸 과제로는 돈 정치와의 결별을 지적했다. “정치 신인으로서 돈 안 쓰는 정치, 돈 못 쓰는 정치가 뿌리내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자면 정당의 역할이 바뀌고 정치인의 모습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적으로 “시위하는 정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나오는 서울 광진갑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이 현역 의원이다. 그 역시 김 의원을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 꼽았다. “홍희곤이 지구당위원장 경선에서 선전한 건 지역주민들이 ‘김 의원과 진검승부를 벌일 만한 새 인물로 보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그는 반문했다.

“2천명의 당원과 유권자들이 함께 참여한 국민참여경선에서 지구당위원장이 됐습니다. 제게는 큰 힘이죠. 과거처럼 낙하산 타고 내려온 사람이 아닙니다. 현실정치의 때도 묻지 않았구요.”

등원하면 그는 여야 구분없이 486세대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40대가 함께 힘을 모아 정치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상식이 통하는 정치’는 평범한 40대 가장들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주택문제가 그렇고, 아이들의 교육문제가 그렇다. 그는 다른 어떤 정치개혁보다 절실한 게 바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들을 함께 풀어가는 것’이라며, 그것이 정치의 본령이라고 강조했다.

김경혜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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