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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한국이것이문제다>11.외국인혐오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지난달 관광차 서울을 찾은 베트남系 일본인 사토(佐藤弘美.32.여)씨는 서울의 한 여관에 여장을 풀려다 뜻하지 않게 거절당했다. 『동남아 사람들은 무조건 받지 않는다는 거예요.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해보았지만 이처럼 인종차별하는 나라는 처음 보았어요.정말 불쾌하더군요.』 근래들어 불법 체류하는 동남아 근로자들이 급증하면서 이들에 대한 기피현상이 빚은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외국인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편견은 사실 뿌리깊다.
서울에서 유학중인 일본인 이시카와(石川淸昭.21)씨 역시 주말을 맞아 명동의 한 음식점에서 동료들과 함께 식사중 술취한 청년으로부터 『쪽발이들이…』하는 소리를 듣곤 충격을 받았다.그는그뒤로 나들이 하기가 상당히 꺼려지더라는 것이다.
지난해 방학을 이용,한국을 방문했던 미국인 매튜 앤디씨(23)도 씁쓸했던 경험을 토로했다.그는 신촌의 한 대학에서 열린 음악회에 갔다가 대학구내에서 한 청년이 다짜고짜 다가와 『양키고 홈』하며 시비를 거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는 것이다.
「깜둥이.양키.코쟁이.양놈.짱꼴라.짱개.왜놈.쪽발이.게다짝.
다꾸앙.로스케…」.
외국인에 대한 혐오감이 가득찬 말들이다.우리 사회엔 외국인만보면 이유없이 혐오하고 기피하는 의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이런기피.혐오증은 국제화 시대의 걸림돌이 됨은 물론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겐 또다른 인종차별이나 다름 없다.L여행사의관광통역원 申모씨는『일본 단체관광객들과 함께 시내관광을 하다 보면 이따금 혐오에 찬 말들을 주변에서 들을때가 많다』며『그들이 이런 말들을 알아들을까봐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은 대체로 백인보다 흑인등 유색인종에 대해 더욱 심하다.지하철 안에서 흑인이 승차하면 흘끔흘끔 쳐다보거나 혹 자리에 앉으면 옆에 앉게된 여성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피하는 사례를 가끔 목격 하게 된다.
게다가 최근 필리핀.방글라데시.네팔.파키스탄등 불법 취업 외국인들의 범법사례가 늘면서 동남아인들에 대한 혐오감도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국인 혐오증에 대해 관광 전문가들은 『지구촌 시대에 외국인은 다름아닌 이웃』이라며 『그들이 우리나라를찾았다면 귀한 손님이니만큼 친절히 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물론 역사상 수없는 외침을 당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피해의식이 우리 의식 속에 잠재된 것이라고 해도 이젠 이를 극복해야 할 때다.
〈李順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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