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한 IT … 쌩쌩한 '중국 수혜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코스피지수가 3.12포인트 하락한 29일 증시에는 이변이 일어났다. 포스코의 주가가 장중 한때지만 57만5000원까지 올라 '대장주' 삼성전자를 추월해 버린 것이다. 포스코가 삼성전자를 넘어선 것은 1999년 7월 이후 8년 만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43% 하락한 56만2000원으로 장을 마친 반면 포스코는 0.54% 오른 55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증시에서 업종 간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상반기 상승장을 주도하다 주춤했던 조선.철강 등 소위 '중국 수혜주'들이 횡보장세 속에서도 대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던 정보기술(IT) 업종은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시 뜨는 중국 수혜주=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중국 수혜주의 재등장으로 해석했다. 이날 시장과는 반대로 오른 종목은 포스코뿐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이 2%, 대우조선해양은 4.86% 급등하는 등 조선.철강주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거래일간 철강금속업종 지수의 상승률이 12.79%로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기전자업종은 5.13% 하락했다.

지난달 초.중순까지 코스피지수가 최고점을 향해 급상승할 때만 해도 증권가의 견해는 달랐다. D램 경기가 2분기에 바닥을 찍고 올라서는 것을 비롯, IT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하반기 한국 증시를 이끌 대표 주자는 IT업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조선을 비롯한 중국 관련주들은 상반기에 너무 급등하는 바람에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나치게 높아져 상승 여력이 많지 않다고 내다봤다. IT업종의 회복을 중심으로 한국 증시가 중국을 버리고 미국 증시와 동조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식어버린 '미국 수혜주' IT= IT업종에 대한 기대감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불거지면서 급반전됐다. 미국 부동산경기 하락에서 출발한 서브프라임 사태가 유럽까지 번지면서 선진국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일으켰다. 마침 2분기에 바닥을 찍고 일어설 것 같았던 D램 가격도 다시 하락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선진국 경기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IT는 자동차와 더불어 대표적인 선진국 수혜주다. 선진국의 소비가 좋아지면 IT제품과 자동차에 대한 소비가 늘어난다는 논리다.

현대증권 김영각 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나타나는 업종별 차별화 현상은 향후 실적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며 "따라서 기관이나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되는 철강.조선.기계 종목 위주로 투자를 국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가 단기간의 현상이 아닌 세계 경제의 축이 이동하는 증거라는 거시적 분석도 제기됐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