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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교 '교사 모시기'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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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에서 다음달 초 시작되는 가을 학기를 앞두고 교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원자 급감에 따른 교사 부족 때문이다. 안정된 직업으로 떠오르며 지원자가 넘쳐 나는 한국과는 딴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교사들이 대거 정년 퇴직을 시작한 데다 학력 평가가 낮은 학교에서 일하는 젊은 교사들이 평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이직하는 사례가 빈번한 데 따른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길퍼드 카운티의 경우 교사 이직이 높은 빈민가 지역의 학교 교장은 매 학기 거의 모든 과목의 교사를 새로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교장들이 미 전역에서 교사를 모집하고 채용 박람회까지 열어도 수학 등 주요 과목에선 제대로 충원하지 못하는 일이 잦다.

심지어 이 지역 학교로 옮겨 오는 수학 교사에게 1만 달러(약 9400만원)의 상여금을 주겠다는 학교도 나왔다. 케이트 월시 미 교사자질평의회 회장은 "미 전역의 수백 개 교육청이 이번 여름에 채용 상여금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길퍼드 카운티의 테리 그라이어 교육감은 "단 한 명의 수학 교사도 충원하지 못한 학교도 있다"며 "인센티브가 없으면 교사를 유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학교가 있는 뉴욕시 교육청의 경우 수학과 과학, 특수교육 교사들에게 1인당 5000달러의 주택 보조금을 지원함으로써 15일까지 5000여 명을 확보할 수 있었다. 뉴욕시는 교사가 대학원을 다닐 경우 학비도 보조해 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교육청도 학력 평가가 낮은 학교에 지원하는 교사에게 1인당 5000달러의 채용 상여금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일까지 목표인 2500명의 5분의 1만 채용하는 데 그쳤다. 캘리포니아주는 베이비붐 세대 교사들의 정년 퇴직으로 앞으로 10년간 10만 명의 교사를 추가 채용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교육과 미국의 미래 위원회(NCTAF)'는 최근 신규 채용 교사의 3분의 1이 3년 안에 학교를 떠나며, 절반이 5년 안에 이직해 이직률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빈번한 이직으로 교사 채용과 연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한 해 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미 교육부에 따르면 2003~2004 학기 중 전국 320만 명의 교사 중 26만9000명이 학교를 떠났다. 이 중 은퇴자는 30%며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난 이직자가 56%를 차지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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