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조심하세요 눈 깜짝할 새 집어삼켜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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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방심이 영원한 가슴앓이’가 될 수 있는 것이 아이의 안전이다. 우리나라 어린이의 사망 원인 1위가 바로 안전을 지키지 못해 발생하는 우발사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연간 2조원을 넘는다. 영양, 위생, 백신 접종, 질병 치료기술이 좋아져 영양실조와 각종 감염병 위험은 줄어드는 반면 교통사고와 추락·질식·익수(물에 빠지는 일) 등은 여전하다. 안전사고는 사망하지 않더라도 신체적 후유증을 남긴다. 사고로 한 명의 어린이가 사망하면 150명의 어린이가 신체 장애를 입는 것으로 추정한다.

 ◆위험한 물건은 손 안 닿는 곳에=어린이 안전사고 책임은 어른 몫이다. 특히 손에 잡히는 대로 입으로 가져가는 영·유아기 어린이는 약·동전·단추·땅콩·옷핀·양잿물·담배·화장품 등 종류를 안 가리고 삼킨다. 이때 독성이 있거나 기도로 들어가면 문제가 심각하다.

 가장 위급한 상황은 질식. 즉시 119 도움을 요청한 뒤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돌 전 아이는 머리가 땅을 향해 60도 정도로 경사지도록 해놓고 어깻죽지 사이를 아주 빠르게 다섯 번 때려 줄 것. 그래도 숨을 안 쉴 땐 똑바로 누인 채 두 손가락으로 가슴 중간부위를 다섯 번 눌러주고 역시 효과가 없으면 어른이 입이나 코에 숨을 불어 넣어주는 인공호흡을 해야 한다.(오른쪽 그림 1.2 ).

 돌 지난 아이는 똑바로 눕힌 채 손바닥을 아이의 배꼽과 가슴뼈 중간에 놓고 복부를 쳐 올리듯이 눌러줘야 한다 (오른쪽 그림 3 ). 효과가 없을 땐 역시 코나 입에 숨을 불어 넣어주는 인공호흡이 필요하다.

 기관지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문제다. 아이는 갑자기 기침, 쌕쌕거리는 소리,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는데 즉시 병원에서 기관지 내시경으로 삼킨 물건을 제거해야 한다. 흔히 문제 되는 것 중 하나가 땅콩. 몇 주간 기도에 박힌 지 모른 채 지내다 기관지가 썩어 호흡곤란, 중독증상에 빠져서야 병원을 찾기도 한다.

 식도에 들어가더라도 약·담배·염산·양잿물 등은 그 자체가 독성물질이라 손상이 심하다. 또 클립이나 옷핀을 삼키면 식도나 위장이 찢어질 수 있어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따라서 어린이를 둔 가정은 바닥은 물론, 아이 손이 닿는 높이엔 삼킬 수 있는 물건을 모두 치워야 한다. 음식도 사래 들리지 않도록 조금씩 먹이고, 먹일 땐 아이가 웃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땅콩이나 호두 같은 견과류는 세 돌 전까지 절대 주지 않는다.

 ◆사고 예방은 연령에 맞게=어릴수록 사고 위험에 대한 인식이 없다. 또 위험성을 아는 어린이도 상항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 능력은 결여돼 있다. 예컨대 차도에 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 누누이 듣고 알면서도 막상 공놀이를 하다 공을 쫓아 차도로 뛰어든다.

 ‘공을 잡겠다’는 사실과 ‘차도는 위험하다’는 두 가지 현실을 종합해 행동하지 못하는 탓이다. 어른의 철저한 보호와 반복되는 안전교육이 강조되는 이유다.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나이는 3~6세며, 시간대는 점심부터 저녁 사이에 빈발한다. 또 어린이 안전사고는 배 고프고 피곤할 때, 주위 환경에 변화가 생겼을 때, 어린이를 돌보는 사람의 심신상태가 나쁘거나 바뀔 때 흔하다. 따라서 최대한 이런 상황을 피하고, 아이의 안전에 대비해야 한다.

 교통사고와 추락은 활동량이 많고, 위험한 놀이를 즐기는 남자 어린이에게 많이 발생한다. 가장 위험한 환경은 콘크리트 바닥. 부상위험이 고무 바닥보다 5배, 나무 바닥보다 2배 높다.

 놀이기구는 2단 평행봉이 가장 위험해 안전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놀이터에 평행봉을 설치하지 말라’고 할 정도다. 통상 어린이 놀이기구의 높이는 1.5m 이하라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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