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기업 제휴 바람-부품국산화 분담 상호 구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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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다음달부터 시계업계의 골칫거리였던 변칙 카드거래가 없어진다.
지금까지 외형확대를 위해 출혈 경쟁을 벌여온 삼성시계.오리엔트.아남정공등 시계3社가 최근 변칙 카드거래를 하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은 것이다.
이들은 소매점포의 탈세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아오면서도 그동안 소매점포대신 제조업체가 직접 카드社에 가맹,카드수수료를 부담해 왔다.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도 지난 4일 吳明교통장관의 중재로 국내선에 대해 항공권 공동사용 제도(다른 항 공사의 탑승권을 가진 승객에 대해서도 自社 항공을 이용할수 있는 제도)를도입키로 해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회사에 대해 교통부는 앞으로 국제노선에도 발매창구를 단일화하는등 협조체제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이처럼 라이벌 기업끼리 전략적 제휴를 맺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또는 비용을 줄여 더 많은 이익을 내기위해,밀려오는 외국기업들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끼리 손을 잡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간과할 수없는 공통점은 서로 대등한 기업들끼리만 제휴를 맺는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무너뜨리기가 힘들다는 판단,그리고 서로 균형을 이루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야 성립되는 전략적 제휴는 따라서 공포의 힘의 균형인 셈이다.
전략적 제휴 형태도 다양하다.
공급과잉으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유화업계는 최근「5% 감산안」이라는 자율결의를 끌어내기 위해 마지막 이견을 절충하고 있다.생존을 위해서는 생산량 조절이라는 전략적 제휴 밖에 길이 없다고 본 것이다.
또 지난 3년간 생산라인을 절반 가까이 폐쇄했던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현대중장비등 건설중장비업체들의 회생에는 부품개발과 상호구매라는 전략적 제휴가 한몫을 했다.
굴삭기와 로다롤러등 일본.독일등에서 비싼 값으로 수입해온 부품을 각자 나누어 국산화시키고 이를 서로 상호구매한 것이다.그러나 합리적인 판단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한 외국기업에 비해 국내기업들의 제휴는 아직 성과가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핵심부분은 기피 건설중장비의 경우 전략적 제휴의 필요성에는 쉽게 합의했지만 서로 유리한 핵심 부품을 개발하겠다고 나서 교통정리에 큰 애를 먹었다.그 결과 현재 상호구매 대상품목들도 대부분 주력기종이 아닌 주변 제품에 머무르고 있다.중장비업체 실무 자들은『아무리 전략적 제휴라지만 언제 어떻게 상황이변할지도 모르는데 핵심부품 공급을 경쟁업체들에 전적으로 의존할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다.또 지난 92년 TV브라운관 특허 상호 공유계약을 맺었던 삼성전관과 금성사도 출발 은 화려했지만 기술제휴선이 서로 달라 아직 기대만큼의 큰 빛은 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관은 일본전기(NEC),금성사는 히타치,대우는 도시바로각각 다른 기술제휴선을 잡고 있어 국내업체들끼리 TV브라운관의특허를 공유하려해도 서로 이용할수 있는 기술의 공통분모가 그다지 넓지 않기 때문이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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