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균형으로 비리요인 차단-군수제도 개선안평가 지만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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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군의 군수제도 개선 연구결과는 한마디로 신선한 충격으로 평가된다.과거 군에서는 기대할수 없었던 의외의 작품이다.
지금의 율곡사업 절차는 한마디로 0점이었다.선진국이 1년 걸려 개발한 무기를 韓國軍이 사들이는 데는 10년이 걸렸고 절차는 복잡해도 견제와 균형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개선안은 이 0점의 제도를 90점 정도로 올려 놓았다.이는 국방장관의 의지와 연구위원장인 張城장군의 시스팀 지식이 콤비를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했다.제도개선 내용은 1백60건에 이르지만가장 두드러진 포인트는 몇개로 집약될수 있다.
첫째는 소요 성능(ROC)의 개선이다.
말썽많은 飛虎사업의 ROC는 사업 초기 육군 교육사에서 만들었다.4개문이 1조로 운영되는 장비지만 門단위만 자동화되고 組단위는 재래식이었다.
레이다를 차체에 얹고 다니는 것도 난센스였다.중간에 ROC가변경돼야 했으나 업체와 軍은 이를 신성불가침으로 여겨 오늘까지문제를 키워왔다.이런 문제가 이번에 해결된 것이다.
두번째 매력점은 소요제기 방법의 개선이다.
1년1회의 소요제기를 수시체제로 바꾼 것이다.단하루만 늦어도소요문서에서 탈락되고 일단 탈락되면 1년을 허송했다.소요를 다루는 부서가 40여개나 되어 그중 다섯 곳에서만 지연돼도 5년이 늦어진다.소요제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소모시 켜온 부서는 합참이었다.이번 개선안은 대부분의 소요를 각군에 위임시켰기 때문에 이 기간이 대폭 줄게 된다.
세번째 장점은 국방과학 연구소(ADD)의 업무를 한정시킨 것이다. 이 연구소는 지금까지 防産업체의 창구역할을 해오면서 업체위에 군림했다.이는 업체의 진취성을 억제시키며 이 연구소를 브로커의 지위로 타락시켰다.
네번째로는「Make or Buy」라는 획득방법 결정절차의 폐지다. 무기조달방법에는 해외구매와 국산화가 있다.군은 지금까지이를 초기단계에 결정해 버렸다.국내업체가 싼값에 개발할수 있다고 주장해 일단 국산화로 결정되면 그후 아무리 싸고 좋은 외국장비가 있어도 경쟁은 국내업체끼리 했다.그 반대의 경 우도 마찬가지로 결과는 엄청난 세금낭비였다.경쟁은 국내업체와 해외업체에 끝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개선안이 높게 평가되는 기본 이유는 이들이 시스팀적 개념에 의해 고안되었다는 점이다.韓國정부의 모든 업무는 단일책임제가 아니라 공동책임제다.두사람 이상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책임이 없다는 말이 된다.이번 개선안은 주요 업무를단일책임제로 전환했다.
견제와 균형이 없으면 시스팀이 아니다.부정과 비리는 시스팀에의해 95%이상 자동예방되고 나머지는 지휘와 감사에 의해 차단되어야 한다.
이번 개선안은 여러개의 독립적인 부서가 공모하지 않으면 비리나 오차가 발생할수 없도록 시스팀을 구성했다.
두달간의 연구로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시스팀을 모두 마련할 수는 없겠지만 골격은 마련되었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개의 폭을 넓혔고 부서간의 벽을 낮추기 위해 문서사본의 배부처를 넓혔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은 군수체계를 합리화하는데 필요한 몇가지 부분에 눈을 돌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10점을 더 줄수 없는이유는 이 때문이다.
첫째 이번 제도가 전문가의 운용을 전제로 했으나 그 방법에 문제가 있다.
전문가는 5개분야에 필요하다.▲소요분석▲경제분석▲군수지원분석▲사업집행,그리고▲감사분야다.
개선된 제도는 전문가를 다섯번 이상 운영하도록 되어 있다.전문가들은 한곳에 모여있지 않고 그때 그때 긁어 모아야 한다.모으는 일도 쉽지 않지만 매번 수개월의 분석기간을 요한다.
소요분석.경제분석.군수분석은 한 물체의 3면이다.분석은 세번이 아니라「원 샷 어프로치」로 이루어져야 시간도 단축되고 분석의 균형도 기할수 있다.
전문가의 질에도 문제가 있다.교육사에서 소요를 분석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전문가들이 없다.기술장비는 전자장비다.합참의 전자기술과에는 부이사관이 최고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나 그는 수십리 밖에 있는 글씨를 읽을수 있는 레이다가 있다고 주장한다.이세상에 글씨를 읽는 레이다는 없다.
각 군본부 군수참모부에는 군수지원분석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없다.그들은 10만달러짜리 전자장비를 사면서 수백만달러 짜리 자동화 정비기계까지 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그것이 종합군수(ILS)라고 착각하고 있다.ADD에 기술의뢰서를 발송하면 5~6개월간 함흥차사다.
각분야의 전문가들이 한팀이 되어 한번에 분석하면 될 전문분야일을 왜 이러한「원주민들」의 손을 54단계나 거치게 하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추진된 사업이 이러한 사람들의 손에 돌아다니다 보면 실무자는 여러번 바뀐다.열성을 가지고 사업을 챙기려하면『당신 업자에게 돈 받은 것 아니냐』는 말을 듣는다.오퍼상이일일이 막힌 곳을 뚫고 다녀야 한다.이러한 고질병리현상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부품국산화를 독려할 수 있는 수단도 이번에 마련되지 못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번 栗谷개혁은 시스팀이 무엇인지를 정부의타부처에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미진한 부분의 개선노력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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