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이 대표/청와대 발목잡기/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 담긴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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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의 민감한 부문도 건드려/“당기강 확립” 집안단속 의지피력
이기택 민주당 대표가 취임 1주년을 정리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당초 이 대표는 지난 1년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을 중심으로 준비했다. 그러나 영수회담이 소기의 목적을 거두지 못한데다 비주류측이 청와대의 냉대를 시비삼자 의식적으로 대여공세 부분을 상당히 추가했다.
이 대표는 회견문을 읽다 『이번 영수회담에서 보여준 청와대의 「작태」를 지켜본 국민들이 정치선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지 의문』이라며 「반민주적 행태」를 「작태」라고 원고를 고쳐읽는 등 청와대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선 달래기
이 대표는 또 상무대 부정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관련설을 제기하고 대통령의 가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여지를 남겼다.
○…청와대 회담이 결렬된후 이 대표의 감정이 격화되고,비주류의 공격이 이를 악화시키자 청와대는 민주당 달래기에 나섰다. 특히 11일 저녁 이 대표가 한 사석에서 『정 그러면 대통령 차남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청와대 보좌진을 당황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보좌진은 12일부터 대책회의를 열고 13일 오후 박관용 비서실장,이원종 정무수석·주돈식 공보수석 등이 전화로 민주당의 문희상 대표비서실장 등에게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4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원기·이부영 최고위원과 김상현고문 등이 이 대표의 책임을 추궁,이 대표는 책상을 치는 등 화를 냈다.
이런 사정들 때문에 이 대표의 청와대에 대한 감정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자신의 1년을 『국민들의 기대에 만족할 만큼 부응하지 못했다』고 반성하면서도 『어느정도 성과도 거두었다』고 자평.
이 대표는 지난 1년간의 성과로 원내총무 경선제,당 예산 예·결산제 도입과 연 30회가 넘는 정책토론회 등 정책개발 활동 등을 들었다.
또 국정감사활동의 성과와 안기부법·통신비밀보호법·공직자윤리법·정치개혁입법도 민주당이 꾸준히 주장해온 요구를 관철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국회활동과 달리 당내문제에 미흡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제 1년이 됐는데도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당내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강조해 대여관계에서 당내 문제로 눈을 돌릴 것임을 시사했다.
○방북신청서 낼 것
다음은 1문1답.
­농협 비자금문제와 상무대 이전 비리의혹의 청와대 관련설을 제기한 것은 대여공세 강화의 일환인가.
『여야관계는 과거와 다를바 없다. 정부가 잘하면 돕겠다고 했다. 그러나 잘못하면 시정을 위해 비판하고,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다.』
­보안법 개폐는 대통령이 불가의 뜻을 밝혔는데 앞으로 어떻게 추진할 생각인가.
『김 대통령도 야당때 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했다. 대통령이 그렇게 말한다고해서 우리의 당초 주장(보안법의 민주질서보호법으로의 대체입법)을 바꿀 의향은 추호도 없다. 법사위 소위에서 보안법문제를 논의한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북한방문 문제는 어떻게 되나.
『김 대통령이 나의 북한방문을 불가하다고 얘기한 것은 야당 대표에 대한 선의의 충고로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방북의지를 변경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여러가지 진행상황을 봐서 방북허가신청서를 정부에 내겠다.』
­정상회담이 안돼도 방북할 생각인가.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방북하는게 순서로선 최선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안된다고 방북을 포기하지는 않겠다.』
­상무대 비리사건에 청와대 관련설을 제기했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상무대 비리사건은 아직까지 조사중이어서 확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확증에 가까운 것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알릴 기회가 있게 조사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
­일전 이 대표를 인신공격하면 대통령의 자제에 대해서도 맞거론 하겠다는 대변인 논평이 있었다. 그에 대해 거론을 맡아달라는 여권 고위층의 당부를 받은 사실이 있는가.
○기득권 양보 용의
『그런 당부는 전혀 없었다. 학교를 어디 나왔는지 정도는 알지만 그의 지금 역할이 무엇인지 이 자리에서는 언급을 안하겠다.』
­정치개혁입법에 상응한 당의 내부개혁 방안은 무엇인가.
『지자제 후보를 위해 당직자의 국내 연수는 물론 해외연수까지 실시,21세기의 톱클래스 인물들을 양성하겠다. 앞으로 흐트러진 당내 기강도 바로잡아 나가겠다.』
­범야권 통합을 위해 지도부가 기득권을 양보할 용의는.
『야권통합의 당내 기운은 상당히 조성되었다. 기득권 양보는 야권통합이 어떻게 이뤄지는가를 보고 결정할 문제나 나는 상당한 기득권을 양보할 용의가 있다. 다만 제일야당인 민주당의 정통성만은 이어질 수 있는 차원이어야 한다.』<김진국·박영수·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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