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기자들 똑같은 질문-판문점 남북대화 취재경쟁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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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4개월여만에 재개된 남북대화로 판문점이 활기를 띠고 있다.협상테이블에서 남북대표들이 설전을 벌이는 동안 회담장 주변에도 탐색의 안테나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안테나의 주인공은 남북의 기자들.당국자들이 회담에 집중해 있는동안 이들은 서로를 상대로 회담 전망을 비롯,각종 현안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회담이 열릴 경우 남북연락사무소는 군사분계선을 넘을 수 있는총인원을 제한하고 자기측 사정에 따라 기자수를 정한다.이번 실무접촉의 경우 남측은 외신기자를 포함 12명,북측은 8명.
남측기자들은 대개 젊지만 북측기자는 대부분이 나이 40대 이상 장년층이고 카메라기자 일부만 젊다.
이들은 회담장을 관할하는 측이 준비해 놓은 맥주.사이다.생수등의 음료와 오징어포.과자등을 들며 서로를 취재하고 때로는 자기측 입장을 장황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북측기자들은 특히 입을 맞춘듯 똑같은 질문을 하고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북측의 입장을 되풀이 말한다.
판문점 남측연락사무소의 한 관계자는『북측기자들은 가장 시사성있는 정보를 듣고오라는 지침을 받고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9일 5차접촉에서 북측기자들은▲미국의 국가보안법 폐지요구▲갈루치 美국무부 차관보의 방한▲북한이 요구한 네가지 요구조건의 수용가능성등에 대화의 초점을 맞췄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미국이 그같이 요구한 의도가 무엇이냐』『미국도 요구하는만큼 폐지해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유도질문을 했다. 어떤 기자는『자주성 측면에서 생각하면 미국의 요구는 기분이 나쁘다』면서『앞으로 북한의 인권과 연계해 거론하기 위해 미리 남측의 문제를 들춰낸 것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3일 4차 접촉에서 북측기자들은『남측 특사가 누가 될것인가』에 질문을 집중했고『핵문제는 北韓-美 회담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공식입장을 반복해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외부정보에는 어둡다는 인상을 준다.
현재 진행중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한 핵사찰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서방측 보도와는 달리 이들은『사찰이 잘 되고있다.寧邊사찰이 끝났고 金日成대학사찰에 들어간다』고 말했으나『5메가와트급 원자로는 어떻게 됐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피했다. 또 許鍾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부대표의 귀국에 대해서도『귀국했나…』『귀국했겠죠』라는 식으로 얼버무리기도 했다.
〈安成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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