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보다 지원·대화로 설득/달리진 정부 「이기성 민원」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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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외국 견학 보내고 신문광고도/「혐오시설」 수용 사회의식 과제
『건설전부터라도 매년 30억∼1백억원씩 주민에게 지원해드립니다. 이 돈으로 자녀들에게 장학금도 줄 수 있습니다. 주민 스스로 환경을 감시하세요. 절대 안전합니다.』
과기처가 지난 2월말 신문에 냈던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광고의 주된 내용이다. 과기처는 이밖에도 여러가지 지원계획을 제시했다.
이 광고는 이기주의성 집단민원에 접근하는 정부의 접근방식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와 주민간의 마찰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강력대처」보다는 주민설득에 애쓰겠다는 것이다.
이는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효율성은 지켜볼 문제다. 쓰레기매립장·방사성폐기물처리장 같은 이른바 혐오시설을 주민들이 선뜻 받아들이기까지는 사회인식의 발전 등 많은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해결 78건 남아
총리실의 통계에 따르면 92년으로 넘겨졌거나 93년에 새로 발생한 집단민원(주민 10인 이상 관련)은 모두 2백32건이다. 이중 지난해말 현재 1백54건이 해소됐고 78건이 남아있다.
유형별로 보면 쓰레기매립장 6건,쓰레기소각장 4건,원전 등 발전소 건설 3건,군사훈련시설 3건,공단 등 환경공해 18건 등이다.
정부가 대표적인 민원에 대해 새로 생각하고 있는 해결방식은 과거처럼 우격다짐이 아니라 해당지역에 대한 혜택제시로 주민을 설득하는 것이다. 앞서 광고에 나온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은 91년 11월 주민의 집단폭력시위가 발생했던 충남 태안의 안면도 사태로 부각된 문제다. 정부는 현재 40여 임해지역의 주민들에게 처리장 유치를 권유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엔 32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주민의 외국시설 견학·주민설명회·홍보사업 등을 벌일 계획이다.
정부는 후보지가 무르익으면 주민대표·환경운동가들로 구성된 지역협의체와 지역발전계획·환경영향평가 등을 같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처의 한 관계자는 『부분적인 유치희망이 있으나 지역전체의 의사로 보기는 힘들다』며 주민설득이 쉽지 않음을 밝혔다.
○환경평가도 병행
정부는 새로 건설해야 할 원자력발전소중 3기의 입지를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 9개 후보지중에서 금년중에 이를 고를 생각이다. 삼척·여천·울진 등 9개 지역의 주민들은 후보지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81∼82년에 후보지가 선정됐으니 12∼13년이 지나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공자원부 등 관련부처는 최종입지 확보전에 주민대표·지방의원·환경운동가와 자치단체장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원전의 수익금중에서 주민을 지원하는 비율을 높여 적극적인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지원방안중에는 지역주민의 취업,전기요금 보조,영농·영어자금 지원·온배수로 인한 어업피해의 보상 등이 포함되어 있다.
쓰레기매립장중에는 대표적으로 인천 경서동 수도권 특정폐기물처리장 계획이 주민 4만8천명의 반대에 부닥치고 있다. 주민들은 『왜 서울과 경기도의 쓰레기까지 인천에 들어오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환경처는 이곳에는 인천의 쓰레기만 버리도록 하고 쓰레기처리 수수료의 일정부분(10% 이내)을 주민복지사업에 지원하면 매립되는 지역엔 녹지·체육시설을 만들겠다는 제안을 구상하고 있다.
○정책성공 미지수
정부의 이같은 해결방식은 국무총리실과 관련부처가 올해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생활개혁 10대 과제의 하나로 진행되는 것이다. 정부의 구호로 끝날지,주민설득에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나 정부가 합의적으로 집단민원에 접근하는 자세는 바람직하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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