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무원 82% 실형 안 받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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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뇌물수수죄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10명 중 8명은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로 풀려난다. 또 강간 범행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돼 법정형(형법에 정한 형)대로 징역살이를 하는 피고인은 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전국 5개 법원 합의부에서 6개 주요 범죄에 대해 내린 판결 1284건을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대법원은 재판부별 처벌 정도가 들쑥날쑥한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지난 5월 양형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양형 기준을 마련하기에 앞서 기초조사를 벌여왔다. 양형(量刑)이란 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일이다.

조사 결과, 뇌물수수죄로 기소된 226명 가운데 82%가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부패 범죄를 엄벌한다는 취지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정한 형법 조항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1년이 넘는 징역형을 받은 피고인은 전체의 6%(14명)에 그쳤다. 양형위원회는 “파면·징계 등의 불이익을 별도로 당하는 공무원의 입장을 일선 법원이 고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간치상 사범 중 법정형(5년 이상 징역)대로 선고받는 피고인은 7%에 불과했다. 강간치상보다 형량이 가벼운 일반 강간죄의 경우도 법정형(3년 이상 징역)이 선고된 피고인은 24%에 그쳤다. 또 강도죄(3년 이상 징역)와 강도상해죄(7년 이상 징역)에 있어 법정형에 맞게 선고된 사건은 전체의 12%·5%에 불과했다. 6개 범죄 가운데 살인죄만 유일하게 법정형(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에 따라 선고받은 피고인이 압도적 다수(84%)를 차지했다. 양형위원회는 “화이트칼라나 성 범죄에 대해 관대하고 법원별로 양형 차이가 많이 난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라며 “법원 선고와 국민 상식 사이에 괴리가 있는 만큼 공정한 기준을 만들기 위해 본격적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권석천 기자 sckwon@joongang.co.kr 중앙SUNDAY 구독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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