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正熙와 DJ의 36년 뒤 ‘재대결’인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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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10면

1997년 대선 직전 “박정희 전 대통령 같은 사람이 나온다면 지지하겠느냐”는 조사(한국갤럽)에 응답자의 67.2%가 “지지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0월엔 지지가 80%에 육박했다.

지난 20일 선출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압축 성장’을 대선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김대중(DJ)·노무현 정부 10년을 ‘허송세월’로 규정한 때문이다. 이 후보는 고속도로 건설 등 박정희 시대에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었다. 평소 “현대건설에 입사해서야 박 전 대통령의 조국 근대화 열정을 알게 됐다”며 “추진력, 예지력, 프런티어 정신 등 그분의 좋은 점을 닮기 바란다”고 해왔다.

박정희 시대의 강권정치 측면에 대한 거부감은 경선 상대였던 박근혜 전 당 대표가 대부분을 떠안았다. 이 후보로선 박 전 대통령의 딸과 맞붙은 게 오히려 행운이었던 셈이다.

대선 본선에 진입하면서 박정희 시대 재평가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 국면에 DJ가 ‘반(反)한나라’ 대결집의 선봉에 나섰다. DJ 측근인 설훈 전 의원은 “30년 개발독재 시대의 전통은 뿌리깊다”며 “개혁 세력 10년으로 끝나면 인권·남북화해·민주화의 공든 탑이 무너져 5년은 더 필요하다는 게 김 전 대통령의 신념”이라고 전했다.

DJ의 영향력이 미치는 민주신당은 ‘이명박 신화’의 질(質)도 재평가하려 한다. 오충일 대표는 “군사독재 개발 시대에 큰 기업에서 조그마한 사업을 많이 했다고 대통령이 되느냐”고 주장한다. “토건 국가식 성장 모델”(정동영·이해찬·천정배)이란 공세가 맹렬하다.

마치 1971년 대선 이후 ‘부활한 박정희’와 이를 저지하려는 DJ가 다시 맞붙은 분위기다. 이런 논박은 그러나 미래 비전이 실종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명박 후보가 대운하를 둘러싼 ‘개발시대 마인드’의 논란을 잠재울 새 리더십을 선보일지, DJ와 범여권은 과연 ‘박정희 향수(鄕愁)’를 치유할 실용적 대안은 갖고 있는지를 보다 눈여겨볼 것이다.

▶지난 주

20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경선 승리=8만1084표(49.56%)를 얻은 이 후보가 7만8632표(48.06%)의 박근혜 후보에게 신승. 이 후보는 “뺄셈의 정치가 아니라 덧셈의 정치를 하겠다”며 화합 강조. 박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승복
23일 김대중 전 대통령, 민주당 분당과 대북송금 특검 비판=정세균 전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 만나 “분당과 특검은 열린우리당에서 책임져야 했다” 발언. "노무현 대통령 겨냥" 분석도
23일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대선 출마 선언
 
▶이번 주 

27일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 인터넷토론회(서울 백범기념관)=손학규·정동영·이해찬·한명숙·유시민·천정배·신기남·김두관·추미애 등 예비후보 9명 참가. 9월 3∼5일 예비경선
27일 한나라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
29∼31일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순회경선 계속=대전·충남(29일), 전북(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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