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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한·중 15년 '아 옛날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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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수교 15년 만에 한.중 관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런 발전은 무역 규모, 방문자 수, 항공 편수 등 다양한 통계에서 입증된다. 본지는 3회 특집(8월 22~24일)으로 마련한 '가까워진 이웃-중국'도 그런 흐름을 보여주려 했다. 사람과 돈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중국이란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양국 정상은 수교 기념일인 24일을 맞아 축하 메시지를 교환했다. 이날 베이징의 특급호텔 중국대반점(大飯店)에선 수교 15주년과 '한.중 교류의 해' 기념 리셉션이 성대하게 열렸다. 중국 외교부의 표현대로 양국은 이제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축하만으로 마음을 채우기엔 아쉬움도 있다. 15년이라는 같은 시간 속에서 한국은 여유를 부린 반면 중국은 부지런히 뛰었기 때문이다. 수교 초기만 해도 중국의 눈에 한국은 배울 게 많은 나라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부도난 기업" 정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나눠 먹기(분배)와 과거사 파헤치기로 날을 지새우다 보니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는 활력을 잃었다. 고작 4% 전후의 경제성장률을 놓고 한국 정부는 "선진국과 비교해 결코 낮지 않다"고 강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중국은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내세우며 착실히 내실을 다졌다. 연 1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도 중국 관료들은 "과열 수준은 아니다"라며 표정 관리를 해야 할 정도다.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의 시장'으로, 세계 4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경제성장률 차이만큼이나 한국과 중국의 위상은 이미 뒤바뀌고 말았다. 중국인들은 "이제 한국으로부터 더 이상 배울 게 거의 없다"고 말한다.

외교 무대에서도 북핵 6자회담을 주도하는 등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며 강대국으로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5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큰 정치행사를 공교롭게도 올해 비슷한 시기에 치를 예정이다. 한국은 12월에 대통령 선거를, 중국은 10월께 공산당 제17차 대회를 치러 향후 5년 동안의 국정 방향을 새롭게 가다듬는다. 수교 20주년이 되는 2012년, 두 나라의 차이가 얼마나 더 좁혀져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