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달라진다>3.인물.정책개발이 정당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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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치행위의 주체인 政黨도 지난 정기국회의 정당법 개정에 이어이번 통합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등으로 필연적인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돈에 의한 선거는 더이상 불가능해졌다.어느 정당후보란 것만으로 조직의 프리미엄(혜택)을 얻던 시절도 지나버렸다.
따라서 그간 조직.자금지원력등 「勢」에 치중했던 기존의 정당운영방식과 체질은 「人物과 政策」 중심으로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전국구의원의 숫자도 의석수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당의 총득표율에 비례해 결정된다.이에따라 선거에서 포기할 지역이 없어진 셈이다.
어느 선거구에서도 死力을 다해 표를 끌어 모아야 하는 만큼 지구당위원장등 人的 물갈이는 필연적이다.
民自黨은 곧 15개 사고지구당 위원장 임명과 함께 당무감사결과 드러난 최소 20여명의 부실지구당 위원장에 대한 혁신적 물갈이를 6월이전에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단골 落選위원장들도 「경쟁력강화」차원에서 자리보전이 위태로운 분위기다 .
民主黨도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黨체제 쇄신을 위한 조직강화특위를 곧 구성키로 했다.
이 조강특위에서는 전 지구당감사결과(總.大選양상,위원장 관리능력.인기도)를 근거로 부실지구당의 위원장을 해임,사고지구당으로 「정리」해놓는 작업에 착수한다.
民自黨의 개혁적 물갈이가 급격히 진행되면 民主黨 역시 지난 재산공개때 처럼 쫓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당의 人的 물갈이는 촌각을 다투게 될 전망인 것이다.
趙世衡民主黨최고위원은 『당선이 목적이 아니라 지구당위원장을 직업으로 삼아왔던 정치권인사는 이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단정한다.
40여년 지속된 정당내의 「계보」 또한 선거비용 대폭 축소와곧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향식 공천등에 따라 존속의 명분이약화될 수밖에 없어졌다.
선거철 「實彈」지원과 공천보장 대가로 보스 앞에 줄을 서고,보스는 계보원을 담보로 당내 세력지분에 참여하여 공천권등을 챙기는 사슬이 약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李海瓚의원(民主)은 자금줄에 의한 계보대신 가두지원연설등 득표에 도움을 줄 좋은 이미지나 정책반영의 영향력이 큰 인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친밀그룹을 예상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에 의한 선거운동으로 방대한 기존 조직의 한계효용이줄어든만큼 정당조직의 군살빼기와 소수정예화 또한 시급해지고 있다. 民自黨은 5일 중앙상무위 운영위원의 수를 3천명에서 1천5백명으로 半減하고 지구당의 班責을 두지 않기로 하는 등 발빠른 조직축소에 착수했다.
대신 선거철이 닥쳐 자원봉사자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만큼 등산회등 각종 친목모임과 주부대학등 평소 정당지구당의 유권자대상 활동도 활발해질 조짐이다.또 일선의 후보에게 조직지원과 자금보다는 유권자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개발.공급해 주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유권자의 정책요구를 한결 유리하게 반영할수 있는 民自黨은 곧사무처의 일부 직능局을 정책조정실로 흡수시켜 정책기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정책은 뒷전이고 계보싸움에 세월을 보내던 야당도 변할 수밖에없게 됐다.특히 정권의 정통성 시비가 사라진데다 내년 地方선거의 본격 실시로 환경.복지.의료.탁아등 중앙당이 공급해야 할 「生活정책」의 수요는 급증할 추세다.정당 운영의 쇄신과 경영합리화도 불가피한 과제다.
「가난한 야당」을 되뇌며 정치자금을 적당히 챙기던 야당도 더이상 주먹구구식 운영을 하기 어렵게 됐다.
우선 이번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民主黨은 연간 29억여원이 늘어난 96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에는 3백67억원을 지원받는 등 충분한 餘力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같은 각론의 긍정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당설립조건 완화.국고지원 증가.공영제 확대등은 새 정당 창당과 탈당.新黨창당등을 부추겨 정당의 난립과 정치과잉을 낳을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서울大 金光雄교수는 『40여년간 정치발전의 가장 큰 장애요소였던 정당들은 어쨌든 이번 개혁입법에 따라 소수정예에 의한이념.정책개발과 실력배양을 생존의 근거로 삼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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