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학생 등돌린 시립대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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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0여년에 걸친 학내 분규의 상처를 씻고「시민의 대학」으로 다시 태어난 인천대와 인천전문대가 새출발 첫날부터 휘청거리고 있어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두 대학의 시립화는 당초 각계의 희망에서 비롯됐던 것.이때문에 시민.학생.교직원등 모두가 인천교육발전의 큰 계기가 마련될것이라며 이 조치를 환영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환영 분위기가 일부 시민.교직원,그리고 두 학교 재학생들에 의해 철저히 깨져버렸다.
인천지역 국회의원을 비롯,崔箕善시장.시민등 7백여명이 참석한가운데 4일 오전11시 인천대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기념식장에는 주인인 학생들이 1명도 참석하지 않았다.오히려 학생들은 식장과 문 하나 사이를 둔채 경고성(?)농성을 시 작한것.
시와 대학측이 기대한 축제분위기와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말았다. 학생들의 농성은 기념식 시작을 알리는 애국가 반주가 흐르는 순간부터 폐회식때까지 40여분간 계속됐다.
『무능교수를 무리없는 수준에서 명분만 있게 정리한 인천시는 각성하라』『구체적인 종합장기발전책을 제시하라』『아무 근거없는 등록금 7% 인상 웬 말이냐』등….
이같은 분위기에다 이날 오후로 예정된 두 대학 입학식에서 학생들은 시장에게「등 돌리기」방법등으로 무언의 실력 행사를 벌일계획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아 崔시장은 결국 입학식 참석을 취소하고 말았다.
자신이 만들어낸 걸작품(?) 전시회에 주인공이 참석하지 못한격이 되어버렸다.
이는 시립화 추진과정에서 어느정도 예견됐던 것.학생.학교측과약속했던 무능교수 퇴진및 대학장기종합발전대책등 당면한 학내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채 출범했기 때문.
한 정치인출신의 생색내기식 작품이라는 비난의 소리도 일각에서나오는 마당에 명쾌한 기준에 근거한 과감한 인사조치와 구체적인비전제시만이 이번 사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을 것같다.
[仁川=鄭泳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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