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화제>문규현 신부 한국천주교회사 출간-친일행각 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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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초기 한국가톨릭교회 지도부의 반민족적 성격과 일제하 친일행태를 고해의 마음으로 기록한『한국 천주교회사』가 문규현신부에 의해 빛두레출판사에서 출간됐다.한국천주교 최초의 참회록인 이 책은 문신부가 지난 89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로 방북,임수경양과 판문점을 통해 귀환한뒤 3년여 옥중생활동안 집필한 것이다.이 책의 출간으로 한국의 3대종교-기독교.불교.천주교는지난해 나온『다시 써야 할 한국기독교사』(이선교목사 지음),『친일 불교론(상.하)』(임혜봉스님 지음)과 더불어 미흡하나마 해당종교 성직자 스스로가 정리한 일차적인 반성록을 갖게됐다.
문신부는『호교론의 그늘아래 묻힌 가치,민족』,『반외세와 반봉건 민중운동의 뒤안에서』『일제하 민족운동과 교도권의 갈등』『신사참배,이단인지 애국심인지』『교회에 드리운 대동아 공영의 어두운 그림자』,그리고『교회의 애국단체와 그 지도자들 』『파시즘과손을 잡은 교회의 반공주의』등 7단락으로 나눠 교회의 이름으로민중.민족운동을 외면한 한국가톨릭의 이면을 비판하고 있다.
문신부는 한국천주교 태동기 교회공동체의 개혁적인 모습이 계속되는 박해.탄압으로 사위어간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그것에 대응하는 방법이 외세의 무력에 의존한다거나 봉건정부와 손잡고 교회를 지키려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기 때문에 한국천주교는 일제말까지 민중.민족의 이익과는 유리된 파행성을 면치 못했었다고 지적했다.
지도부의 이러한 몰역사성에 더해 교인들 대부분이 내세기복의 신앙으로 천주교를 믿은 것도 천주교가 당시 반봉건.반외세민중운동에 아무런 기여를 못한 이유였다고 쓰고 있다.
특히 동학혁명에 대해 당시 천주교 수장이던 뮈텔주교가 농민군을 폭도라 지칭하고 그들의 행위를 강도질이라고 표현한 것이나 봉기지역에 있던 신부가 농민군의 패배를 희망한다는 편지를 뮈텔주교에게 보낸 것이 천주교 전체의 당시 역사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문신부는 이같은 의식때문에 천주교가 그 후 한일합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의사를 살인자로 규정하며,나아가 3.1운동에는 어느 교인도 참여하지 말라고 강요하면서 33인중 천주교지도자가 없음을 천주 교지도자들이자랑스러워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문신부는 이와함께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받들기 위해 교리해석에 무리를 범하면서까지 참배를 합리화한 것이나 황국신민 운운하며 징병을 찬양하고 매일 교회에서 일제 왕실을 위해 기도행위를 자행한 것은 범죄와 다름없는 짓이었다고 쓰고 있다.
문신부는 후기에서 민족안에서 숨쉬고 민족과 더불어 살 때 그리스도의 참뜻이 살기 때문에 참회하는 마음으로 쓸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李憲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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