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은 줄어도 농협은 비대-한호선회장 수사로본 농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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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농협이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다.
농업인구는 계속 줄고 있는데 농협에 종사하는 임직원및 조합원은 오히려 늘고 업무도 방만해져 이에 대한 개혁의 소리가 정부.학계및 농민단체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농협은 우리나라 최대의 생산자 협동조합으로 93년말 현재 소속된 조합이 1천4백4개(종합농협 1천3백60개.특수조합 44개),조합원이 전체 농가인구 5백4만명의 40%인 2백2만명에달하고 있으며 이곳에 종사하는 임직원만도 6만6 천4백38명(중앙회 1만7천5백4명.단위조합 4만8천9백34명)에 이르고 있다. 또 취급하는 사업도 신용사업(금융업무),경제사업(농산물유통.가공.운송및 보관업무등),지도사업(생산.협동조직 육성.농어촌 구조개선사업지원등),共濟사업(각종 복지제도및 시설운영)등4개 분야를 중심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여행등 관광사업을 비롯해 주유소.葬儀業에까지 진출을 계획,관련업계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농협은 이에 대해 경제사업에 필요한 재원확보와 농민들의 복지향상및 생활편의를 위해 이들 사업의 진출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있다. 그러나 정부관계자는『농협이 수익사업에 집착,업무영역을 넓히다보니 조직이 방만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결과「농민」보다「농협 임직원」을 위한 조직이 돼 버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 타결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농촌을 위해 농협이 농민들의 애로사항이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등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데 수익사업에 너무 치중,생산자단체로서의 본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다.
이 관계자는 농가인구가 80년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줄었음에도불구,농협을 비롯한 농업관련 단체의 종사자는 이기간중 9만5천명에서 11만6천명으로 12.1%나 증가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농협이 조직개편을 단행해 신용사업을 분리,독립체계로 만들고 농협은 경제사업분야에 전념할 것을 농협측에 촉구하고 있다.
농협의 신용사업분야는 작년말 현재 예수금(금전신탁 포함)이 16조7천억원으로 예수금 기준으로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국민은행에 이어 두번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은 정부의 지원없이 경제사업을 추진하려면 재원마련차원에서 신용사업을 함께 해야 한다며 이같은 정부계획에 반대의뜻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신용사업 분리를 전제로 한 농협 개편안이 韓灝鮮회장을 비롯한 농협 임원진에 의해 여러차례 거부됐다』면서『이는 중앙회장및 조합장의 선출방식이 民選체제로 바뀐 이후 정부의 통제력이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정부의 시각은 民選체제의 명분속에서 생산자 단체의 독주가 계속,결과적으로 농협의 비대화가 촉진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재야농민단체와 학계에서 정부와 비슷한 의견이 잇따라 제시돼 주목을 끌고 있다.
4일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소장 李友在농어촌발전위원회 위원)가주최한 공청회에서는 UR협정타결이후 농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농.수.축협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농.수.축협중앙회를 통합,연합체제를 만들고 각 중앙회의 신용사업은 분리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농협관계자들은 이번 韓회장 사건이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 농협의 조직개혁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살펴볼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韓鍾范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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