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리 '성형수술'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현재 서울시 대부분의 거리에는 획일적으로 딱딱한 보도 블록이 깔려 있고, 가로등은 멋없게 세워져 있다. 여기에 전깃줄이 치렁치렁 얽혀 있어 품격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거리에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부드러운 나무 재질의 보도 블록이 깔리고, 가로등은 땅바닥에 설치된다. 거리에 생기를 불어 넣고 운치 있는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2010년까지 '서울 디자인 거리' 25곳을 만들어 시민들이 머물고 싶어하는 '디자인 전시장'으로 꾸미겠다고 22일 발표했다.

시는 우선 25개 자치구로부터 공모를 받아 올해 9월에 10개 거리를 선정해 내년 11월까지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이어 2008년에 10곳, 2009년에 5곳을 추가로 선정한다. 선정 대상은 길이 500m 이내에 왕복 4차로의 차도를 끼고 있으며, 사업 파급 효과가 큰 곳이다.

'서울 디자인 거리'로 선정된 거리는 대대적으로 '성형수술'을 받게 된다. 보행에 지장을 주는 공공시설물을 최소화하고 경관을 망치는 전깃줄을 땅속에 묻어 전신주를 없앤다. 보도 블록.가로등.벤치.휴지통.화분대.공중전화 부스.안내판 같은 모든 공공 시설물을 새롭게 디자인해 설치할 계획이다.

무질서한 간판과 자동판매기 같은 민간 소유의 시설도 수술대에 오른다. 민간 시설을 교체하는 데 따르는 비용은 서울시에서 지원한다.

서울시는 도로별로 리모델링하는 데에 43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10%는 해당 자치구가 부담하게 된다.

모든 작업은 시민 참여형으로 추진된다. 거리별로 구청. 대학 디자인연구소. 주민 대표. 시민단체.부문별 전문가로 구성된 '디자인 거리 위원회'가 구성돼 작업을 추진한다.

서울시 권영걸 디자인총괄본부장은 "그동안 '걷고 싶은 거리'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처럼 도로 개선 사업을 개별적으로 추진했지만 앞으로는 서울시와 자치구에서 사업을 통합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