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안드는 “선거혁명” 시동(정치가 달라진다: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비용한도 종전 절반수준 묶어/연좌제 강화… 미수범까지 처벌
4일 국회에서 의결되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안」은 이름처럼 부정한 선거를 만드는데 주안점을 둔 법이다.
선거부정은 역시 돈에서 출발한다.
돈으로 당선된 의원은 의정활동 역시 타락할 수 밖에 없다. 이날 함께 통과되는 정치자금법안 역시 정치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해 깨끗한 정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다.
선거때마다 조단위의 돈이 풀려 선거망국론이 제기된지는 오래다. 지난 14대 총선에서 심지어 「30당20락」(30억원을 쓰면 당선,20억원을 쓰면 낙선)이란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한 경제연구소의 추정으로는 14대 총선에만 약 1조5백억원이나 풀렸다고 한다. 출마자 1천47명이 평균 10억원씩은 썼다는 얘기다.
이번 개정은 국회의원 선거비용 상한액은 절반이상 줄었다.
인구 20만명인 선거구를 기준으로 할 때 1억2천만원에서 5천3백만원 가량으로 줄었다. 그러나 선거비용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유급 선거운동원 비용과 현수막·마이크 및 차량임차료 정도다. 선거벽보·선거공보·소형인쇄물을 만들고 우송하는 비용,후보자 방송연설비용,투·개표 참관인 수당 등도 모두 국고에서 부담한다. 그러니 매표만 하지 않는다면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현금이나 선물을 돌리는 어두운 거래의 장소였던 당원단합대회·사랑방 좌담회 등은 금지됐다.
유급 선거운동원도 10분의 1로 줄었다. 후보자나 그 배우자,직계 존·비속은 선거일 6개월전부터 기부행위를 못한다.
포장한 선물이나 돈봉투 등을 운반하다 잡힌 미수범도 처벌되도록 해 금품살포는 철저히 막았다.
그러나 아직 과거 관행에 익숙해 있는 국회의원들이 과연 이 법이 의도한대로 움직여줄지 불안하다. 역대 어느 법도 부정선거를 허용하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개정선거법은 관과 돈이라는 여당의 이점을 거의 털어버려 다음선거 모습은 완전히 달라지게 됐다. 지난 14대 총선때 금품선거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자 윤관 당시 중앙선관위원장(현 대법원장)은 『당선자 몇명이 희생돼도 좋다는 각오로 선거비용 제한액을 초과 사용한 후보자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희생된 당선자는 커녕 위반혐의자와 찾지 못했다.
개정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번 사문화를 막는 것이다.
처벌이 강화됐다.
특히 재정신청제도를 도입해 처벌강화가 검찰권을 장악한 여당의 무기가 되는 것을 막고 있다. 가장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정당과 상대측 후보가 선거법 위반을 직접 제소,처벌할 수 있다. 그러니 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게 됐다. 자원봉사자에 의한 선거운동을 가능하게 해 박수부대가 동원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돈을 주고 이들을 동원하면 선거비용에 합산하게 돼 있다.
선거비용 상한을 2백분의 1만 넘어도 당선이 무효로 돼 업두를 내기 어렵다. 선거비용은 회계책임자가 선관위에 등록된 예금통장을 통해서만 출납해야 한다. 수입과 지출내용을 명확히 하도록 영수증 등을 첨부해 보고케 했다. 선관위는 실명제와 관계없이 관련기관에 자료를 요구,실사할 수 있어 거짓보고는 어렵게 됐다.
연좌제도 확대돼 후보자 직계 존·비속 및 배우자는 물론 선거사무장·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가 선거법을 위반해 1백만원 이상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포함한 징역형을 받아도 당선은 취소된다.
더구나 선거범죄로 징역형을 받으면 10년,1백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5년동안 공무담임권이 제한된다. 선거출마는 물론 공무원,정부투자기관,교육위원,사립학교 교원,농·수·축협,의료보험조합 어디에도 나서지 못한다.
그러니 앞으로 돈의 힘을 믿고 선거하기가 어렵게 됐다.<김진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